등록 : 2007.01.24 20:19
수정 : 2007.01.24 21:11
|
24일 일본 엔화가 미국 달러화에 대해 4년1개월만에 최저가로 떨어지는 등 엔화 가치가 주요 통화에 대해 곤두박질쳤다. 일본 도쿄의 한 거래소 표시판이 1달러 대 121.74엔으로 떨어진 환율을 나타내고 있다. 도쿄/EPA 연합
|
낮은 금리 때문…달러 대비 4년1개월만에 최저
일본 수출기업 ‘휘파람’ 한국 기업은 울상
세계 주요 통화에 대한 일본 엔화의 ‘낮은 포복’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주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동결조처로 당분간 금리인상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엔 약세 현상이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달러 약세에다가 엔 약세까지 겹치면서, 한국의 기업들은 이중고에서 당분간 빠져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23일 도쿄외환시장에서는 달러 대 엔 환율이 2002년 12월 이래 4년1개월 만에 최저수준인 1달러 대 121.75엔까지 한때 떨어졌다. 뉴욕시장에서 유로에 대한 엔 시세도 장중 한때 1999년 유로 도입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일본이 달러, 유로 등 세계 15개국 통화에 대해 엔의 종합적 강세를 표시하기 위해 도입한 실질효력환율(73년 3월=100)을 보면 엔 시세는 21년 만의 최저 수준을 나타나고 있다.
|
엔의 실질효력 환율 추이
|
배경은 금리 차이=엔 약세가 지속적인 것은 무엇보다 일본이 미국 등 주요 국가에 비해 기준금리가 워낙 낮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기준금리 연 5.25%와 유럽연합의 주요 정책금리 연 3.50%에 비해 일본은행이 정책목표로 제시하는 단기금리는 0.25%에 불과하다. 엔을 사자는 주문보다 팔자는 주문이 넘쳐 엔 시세가 뚝 떨어지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제로금리를 해제한 일본은행은 지난주 금리인상의 적기로 보고 금리를 0.25%에서 0.5%로 올리려고 했으나 정부여당의 반대로 실패했다. 더구나 미국 연준이 지난해 8월 이후 중단했던 금리인하를 재개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최근 경제지표가 좋아지면서 오히려 금리인상 관측이 부상하고 있다.
엔캐리도 한 몫=‘엔캐리’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도 엔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지적했다. 엔캐리는 가장 금리가 낮은 엔을 일본의 단기금융시장 등에서 빌려 외국 환시장에서 금리가 높은 나라의 통화로 바꾼 뒤 그 나라의 주식, 채권, 원유, 금 등에 운용하는 거래방식을 말한다. 특히 많은 투자자들이 일본에서 돈을 빌려 고금리인 영국의 파운드화를 사고 있어, 파운드화는 23일 런던시장에서 1파운드 당 1.99달러로 2달러에 육박했다. 엔에 대해서도 241엔을 넘어 92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음달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엔약세가 의제가 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일본기업에 훈풍, 한국기업엔 역풍=엔약세는 자동차, 전기제품 등 일본의 수출주력 기업에게는 봄바람이다. 채산성 개선 뿐 아니라 외화표시 수익을 엔환산할 때 또 다른 이익이 생긴다. 엔화에 대해 원 강세를 보이는 한국 기업은 그 반대다. 도요타는 미국에서 지난해 12월 새 차 판매대수를 늘렸으나, 현대자동차는 약 10% 판매가 감소됐다고 미국 조사회사 오토데이타가 밝혔다. 삼성전자도 2006년 10~12월 전년동기대비 순익이 줄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