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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3.11 15:43 수정 : 2007.03.11 15:43

당분간 정면대응 자제하며 '시간벌기' 나설 듯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군대위안부에 관한 발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안팎에서 궁지에 몰리고 있다.

북핵 6자회담에서는 10여명에 불과한 자국인 납치문제에 강경 대응하면서 일제가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너그럽다는 국제적인 비난까지 겹치면서 입장이 더욱 난처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는 위안부에 대한 정면 대응이 파문만 확신시킬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당분간 대응을 자제하며 사태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는 미 하원에 제출된 군대위안부 결의안에 대해 "강제성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반박한 데 이어 결의안이 채택되더라도 일본 정부로서 사죄할 의향이 절대 없다고 당당하게 맞섰었다.

위안부의 강제동원을 인정, 사과와 반성을 표명했던 1993년 당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의 담화에 대해서도 '광의의 강제성'은 인정되지만 '협의의 강제성'의 증거가 없다며 수정 필요성까지 시사했었다.

그러나 한국 등 아시아 각국의 즉각적인 거센 반발에다 국회에서 야당들의 추궁이 이어지고 있고, 미국 유력지와 인사 등이 아베의 왜곡된 역사인식을 잇따라 공격하고 나섬에 따라 아베 총리의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즈와 LA타임즈, 보스턴 글로브 등 유력지에 이어 유력 주간지인 타임도 아베 총리의 위안부 발언 비판에 가세했다. 타임은 일본 정부가 6자회담 북.일 실무회의에서 북한을 상대로 자국인 납치문제는 중시하면서 위안부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는 점을 비판했다.

또 지난 9일에는 토머스 쉬퍼 주일 미 대사가 일본의 일부 지도자가 군대위안부 문제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은 잘못이라면서 "고노 담화가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미국 내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파멸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쉬퍼 대사는 위안부 문제가 미국 내에서도 '핫이슈'가 되고 있다고 전하면서,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하는 내용의 미 하원 외교위원회 결의안에 반대해온 다나 로라바커(공화)와 같은 지일파 의원들이 찬성 쪽으로 돌아선 것을 예로 들었다.

파문이 확산되자 아베 총리는 고노 담화의 계승을 거듭 강조하며 파문 진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취임 전 고노 담화가 인정했던 '위안부 모집에 관헌의 직접 개입'을 부정하는 등 원래 고노 담화 수정론자였다는 점에서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결의안의 무력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재조사 지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자민당 내 보수파 의원 단체인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이 고노 담화의 수정을 위해 재조사를 요구한 데 대해 정부 차원의 자료 협조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 모임의 사무국장까지 지낸 아베 총리로서는 담화가 "사실에 기초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어떤 식으로든지 수정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안팎의 반발이 거세지자 고노 담화의 계승이란 정부 입장을 되풀이하며 '시간 벌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더 이상 논란을 확산시킬 경우 취임 후 한동안 개선 기미를 보이던 한.중 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재차 악화시킬 우려가 있는 데다 미.일 동맹에까지 영향을 줘 다음달 하순으로 예정된 방미 계획에도 차질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당분간 발언을 신중히 하는 등 정면 대응을 삼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회 답변과 기자단 질문에 "정확하게 보도되지 않을 것 같으면, 거꾸로 논란을 확산시키지 않는 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판단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국제적 비난의 '소낙비'는 피하면서 추이를 지켜보자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조사는 당에 맡기고 정부는 이를 적극 지원하면서 미국 등 각국의 비난 공세에 대해서는 일본 내 우파 신문들을 통해 대리전에 나서도록 하자는 복안으로 보인다.

실제로 산케이(産經)신문은 위안부 파문을 연일 대서특필하며 국민의 애국심을 자극하고 있다. 또 요미우리(讀賣)신문도 사설까지 싣고 고노 담화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아 수정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오는 7월 정권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여론에 굴복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장하는 외교'를 표방한 정권으로서 자신의 전공 분야인 납치문제와 더불어 위안부 문제에 소신껏 대응함으로써 아베 총리의 리더십과 보수 본색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찬스를 최대한 살리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홍기 특파원 lhk@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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