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26 18:44
수정 : 2007.03.2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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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발생한 규모 6.9의 강진으로 일본 이시카와현 나나오시의 도로가 갈라지고 무너져내렸다. 나나오/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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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급 강진에도 사망자 1명뿐
관민, 평소 방재훈련 매뉴얼대로
25일 일본 중북부 해안지역 노토반도를 강타한 지진은 12년 전의 한신대지진에 필적하는 수준이었다. 이날 방재과학기술연구소의 계측 결과, 지진계에서 945.4gal(중력가속도 단위, 1gal=0.01㎨)의 흔들림이 관측돼 1995년 1월17일 한신대지진 당시 관측된 최대 818gal의 가속도를 웃돌았다고 <엔에이치케이>(NHK)가 보도했다. 하지만 한신대지진이 6437명의 사망자(행방불명 포함)를 낸 반면, 이번 ‘노토지진’은 사망자 1명, 부상자 206명에 그쳤다. 이런 인명 피해의 차이는 어디서 연유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한신대지진이 도시형 직하지진인 데 비해 노토지진은 바닷가에서 발생한 해구형 지진이었다는 점이다. 해구형 지진은 해일피해가 가장 무서운데, 실제 발생한 해일은 20㎝에 불과했다. 또한 새벽에 발생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던 한신대지진에 비해 이번 지진은 휴일 오전 중 발생했다. 최근 기온이 상승해 난방기구 사용이 크게 줄었고, 아침 식사 시간 이후에 지진이 일어 큰 피해를 일으키는 대형 화재가 없었다는 점도 행운이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철저한 방재 대비와 주민의 협조가 없었다면 단 1명의 사망이라는 ‘기적’은 없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일본 기상청은 25일 오전 9시42분 지진발생 즉시 ‘긴급지진속보’를 발령했다. 노토마치 등에 커다란 흔들림이 오기 5초 전의 사전예고였다. 속보를 전달받은 <엔에에치케이>는 거의 동시에 재난방송 체제에 들어갔다. 주민들도 즉각 문밖으로 대피했다.
과거 재난의 쓰라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재난 예방 및 대비 매뉴얼이 철저하게 지켜진 점도 눈에 띈다. 노토 지역에 매그니튜드 7 규모의 대형 지진이 일어난 것은 400년 만이었다. 그만큼 지진 다발 지역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지역 주민들은 지진 대비훈련의 덕을 톡톡하게 봤다. 이번에 진도 6 이상이 관측된 유지마시에서는 지난해 10월 지진에 대비한 대규모 피난훈련을 실시했다. 주민들은 그 때문에 이번의 실제 상황에서 침착하게 행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시카기현에서는 진도 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출근하도록 규정돼 있다. 한신 대지진을 계기로 만들어진 이 규정은 실제상황에서 그대로 적용돼 1시간반 만에 대부분 직원들이 출근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이시카기현의 아라이 지로 차장은 “거듭된 모의훈련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총리도 지진발생 1분 만에 1보를 보고받고 3분 뒤 위기관리 센터에 ‘관저대책실’ 설치를 지시했다. 총리실 쪽에서는 “거의 매뉴얼대로 대응이 됐다”고 자평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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