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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교교과서 ‘오키나와 집단자결’ 군개입 삭제 |
일본 정부가 일본군이 오키나와에서 주민의 집단자결을 강제했다는 고교 역사교과서의 내용을 수정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이는 일본 문부과학성이 30일 발표한 내년부터 고교에서 사용될 역사 교과서에 대한 검정 결과에서 드러났다.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문부과학성은 일본사 A,B 과목 교과서를 검정하면서 2차대전중에 오키나와에서 일본군이 주민의 집단자결을 강제했다고 기술한 7곳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는 검정의견을 냈다.
일본 정부가 오키나와 집단 자결 사건과 관련해 교과서의 기술을 문제삼고 수정을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오키나와 집단자결 사건에 대해 지난해까지는 일본군의 강제를 명기한 교과서도 모두 합격됐었다.
하지만 문부과학성은 올해 검정부터는 이런 방침을 변경, 오키나와전쟁 당시 집단자결을 다룬 6개사의 8곳 가운데 5개사 7곳에 대해 수정을 요구했다.
문부과학성은 "군의 강제는 현대사의 통설이기는 하지만 당시의 지휘관이 민사소송에서 (자결) 명령을 부정하는데다 지휘관의 직접명령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학설도 많아 단정적 표현을 피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문부과학성은 "배부한 수류탄으로 일본군이 집단자해를 시켰다"고 기술한 한 교과서에 대해서는 "오키나와전쟁의 실태에 대해 오해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라는 검정의견을 제시해 수정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이 교과서는 결국 "일본군이 배부한 수류탄을 이용한 집단자해가 있었다"라는 식으로 표현을 바꿨다.
시미즈(淸水)서원 출판사의 경우 "일본군에 의해 집단자결을 강제당한 사람도 있었다"라는 표현을 "집단자결로 몰린 사람들도 있었다"고 수정했다.
이에 대해 하야시 히로후미(林博史.현대사) 간토학원대 교수는 "당시 일본군이 '미군에 잡히면 안된다'고 엄명을 내리며 '만일의 경우 자결하도록 하라'며 사전에 수류탄을 나눠줬다는 증언은 많다"며 "집단자결 당일 군 부대장이 자결명령을 내렸는지 아닌지와 무관하게 전체적으로 보면 군의 강제가 있는 것이며 이를 뒤엎을 만한 연구는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1980년 '일본군에 의한 주민살해'라는 기술에 '집단자결'을 넣도록 했음에도 각 교과서는 (학계의) 연구성과를 기준으로 군에 의해 강요된 자결이라고 기술해 왔다"며 "그럼에도 이번에 일본군에 의한 가해성을 교과서에서 지우도록 한 것은 사실을 애매하게 하려는 정치적이고 형편없는 검정"이라고 비판했다.
choinal@yna.co.kr 최이락 특파원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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