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농림수산상 의원회관서 자살…아베 정권 타격

정치헌금 비리 등으로 사임압박 받아

정치헌금 비리의혹 등으로 사임 압박 받아

일본의 마쓰오카 도시카쓰(松岡利勝.62) 농림수산상이 28일 낮 의원회관 아파트 숙소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마쓰오카 농수상은 이날 낮 12시께 도쿄도내 아카사카(赤坂) 의원회관 숙소 거실에서 목을 맨 채 의식불명 상태로 비서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오후 2시께 숨졌다. 정확한 자살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국민들과 지역구민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자살을 기도했던 마쓰오카 농수상이 병원에서 사망했다고 정식 발표하면서 농수산 행정에 공백이 생기지않도록 임시 대리 대신으로 와카바야시 마사토시(若林正俊) 환경상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마쓰오카 농수상은 이날 오후 1시40분부터 열리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오전 10시께 국회 참석에 앞서 갖기로 한 성내 간부들과의 대책회의도 불참한 채 의원 숙소로 향했다.

일본의 현직 각료가 자살한 것은 전후 역대 내각에서 처음있는 일로, 아베 정권에 대한 타격은 물론 정치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

또 현직 국회의원이 자살하기는 1998년 2월 한국계인 아라이 쇼케이(新井將敬) 중의원과 1995년 나가오카 요지(永岡洋治) 중의원을 포함해 전후 7번째다.

구마모토(熊本) 아소(阿蘇)시 출신의 마쓰오카 농수상은 돗토리(鳥取)대 농학부를 졸업한 뒤 농림수산성에 들어가 국토청 과장보와 임야청 공보관 등을 거쳐 1990년 중의원에 첫 당선된 6선 의원. 지난해 9월 아베 총리 내각 발족시 첫 입각했다.

그는 그동안 임대료가 없는 의원회관에 사무실을 뒀으면서도 매년 광열비와 수도료 등 사무실 경비로 거액을 계상한 것으로 드러난 데다 농수산성 소관 독립행정법인의 사업을 수주한 구마모토현내 업자가 그의 자금관리단체 등에 거액을 헌금한 사실이 밝혀져 야당측의 호된 추궁을 받아왔다.

마쓰오카 농수상은 자신의 부적절한 정치자금 문제가 아베 내각 지지율 하락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면서 자민당내에서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경질해야한다는 의견이 제시됨에 따라 심리적인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체가 안치된 게이오(慶應)대학 병원을 방문, 조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국회에서 심하게 추궁을 당했지만 전문분야에서 애를 써왔다"고 평가한 뒤 "중국 시장을 겨냥한 쌀 수출의 길을 열었다. 기대가 매우 컸는데 정말 유감이다"고 애통해 했다.

이홍기 특파원 [e-mail]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