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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18 18:42 수정 : 2007.06.18 18:42

“사람없어요?”가 “일 없어요?”로 변한 까닭은

최근 하루에 한 건이상 인력요청이 오던 것이 뚝 끊겼다. 그 나마 가물에 콩나듯 나오는 프로젝트도 제안하고 나서 결정될 때까지 시간도 많이들고 심사도 까다로워졌다. 작년에는 사람이 없어서 보내질 못했다. 그래서 이곳 소위 한국계파견업체들은 인력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사람없어요?"가 업체사이의 인사가 되었다. 일본어를 어느 정도하고 한국에서 전문교육을 받아온 사람이면 큰 어려움없이 개발현장에 내보낼 수 있었다. "사람없어요?"가 "일없어요"로 변했다. 일본기업들은 대부분 4월부터 3월까지가 회계연도이다. 그래서 4월부터 새로운 개발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당연히 시작단계에서는 요구분석이나 기본설계 등 소위 상류프로세스가 중심이므로 고급인력이 주요 대상이 된다. 그래서 일이 없나보다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일이 없다는 것은 이상현상이다. 주변에 잘 아는 경영자들이나 기술자들 일본 협력업체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다.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크게 나누면 수요의 측면과 공급의 측면으로 압축할 수 있다.

먼저 수요의 측면을 살펴보면, 장기적인 불황속에서도 IT분야는 지속적인 인력난으로 허덕이던 분야였다. 대학을 졸업하는 젊은 일본인 청년들 수가 줄어들었고 그나마 IT는 3D로 분류되어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직종이었다. 자연스럽게 외국에서 우수한 인력을 조달할 수 밖에 없었다. 일본과 한국정부사이에는 IT인력공급을 위한 협정이 수 년전에 맺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기술자들의 비자는 신청후 1개월이면 발급된다. 과거 5년간 기술비자로 일본에 입국하여 일하고 있는 인력은 수도권만해도 족히 2, 3천명은 될 것이다.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크게 틀리지 않는 숫자다. 그리고 한국에서 일본 취없을 위해 교육을 받고 있는 숫자만 1,000명은 될 것이다. 중국계 기술자는 훨씬 더 많다. 5만명에 달한다는 설도 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수요가 줄었을까? 특히 젊은 신입기술자들의 수요가 갑자기 끊겼다. 왜 그럴까?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들은 바로는 일본고객측의 인력조달방침의 전환이 가장 큰 이유인 듯 하다. 일본의 젊은이들이 그 동안 기피하던 IT일을 더 이상 기피하지 않고 뭐든 한다는 쪾으로 자세가 바뀌었다고 한다. 고객회사들은 그들을 과거 1년동안 사내에서 육성해왔고 이제 활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본회사는 그 동안 신입직원을 육성하기 보다는 당장 일할 수 있는 중도채용 내지는 아웃소싱을 선호해왔지만 본격적인 경기회복에 대비하여 장기적으로 안정되고 우수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내부육성쪽으로 기울었다는 말이다.

일본에서 일하는데는 일본어가 필수다.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해결된다. 그리고 경력을 조작해서 지나치게 높은 요금을 요구해온 외국계 파견업체의 불성실함이 불신을 사왔는데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일부업체의 경력부풀리기는 성행하고 있다. 성실한 업체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수요측의 측면의 변화 중 다른 한 가지는 중국이나 인도, 베트남들에 옵쇼어(Offshore)형태의 외주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값싸고 숫적인 면에서 월등한 외국업체에 일을 주는 것이다. 그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이제는 경험이 늘어 안정화되고 있다고 한다. 보안성요구가 크지 않고 대형인 개발프로젝트는 외국에 의뢰할 확률이 높다.

수요측의 변화중 주목해야할 것이 법적인 측면이다. 2중파견 즉, 다단계에 이르는 인력공급체계는 위법으로 간주되어왔고 그 법적용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윤리경영을 표방하는 대기업들이 일을 풀기를 꺼려하고 있다.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로부터 법을 어기는 기업이라는 비난을 받기 싫어한다. 원래 2중파견금지법은 IT와 같은 대졸이상의 고급인력을 상대로 하며 공급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하는 분야에 적용하는데는 무리가 있다. 청소부라든가 식당, 건물관리, 도로공사인부등 단순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주요 취지인데,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분야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악법도 법이라고 몸을 사리고 있는 형편이다. 일이 줄어들고 있다.

이상 세 가지가 수요측의 두드러진 변화다. 그러면 공급측의 사정을 살펴보자.

소위 한국계 업체들은 한국인 기술자들만으로는 모자라서 조선족, 일본인 가리지않고 확보하려 하고 있다. 한국에서 산업인력공단이나 무역협회에서 그리고 사설학원에서 육성된 젊고 일본기초실력을 갖춘 기술자들을 확보하려고 혈안이 되어있었다. 업체에 따라서는 신입직원에게 월 30만엔(통상 25만엔)이란 높은 급여를 내걸고 확보에 주력한 곳도 있다. 환율때문에 많은 것 같지 않지만 일본국내에서 대졸초봉이 22만엔/월 인것과 비교하면 그 정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3년전에는 20여개에 불과하던 한국계 파견업체가 올해는 200개가까이 된다고 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작년 5월부터 자본금없이 법인을 만들 수 있게되었다는 점과 원래 회사에 소속되는 것보다 독립하는 것을 선호하는 기업가정신이 왕성(?)한 한국인 특성으로 인해 계속 증가하고 있다. 회사의 수가 늘어나는 것 뿐 아니라 기술자의 상당수가 프리렌서화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고객으로부터 나오는 실제 수요보다 업체사이의 인력쟁탈전때문에 가수요가 훨씬 높아졌다.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기술자들의 몸값은 계속 뛰었다. 문제는 실수요가 아닌 가수요라는 점이다. 구조적으로 한국계 IT파견업체는 최종고객으로부터 프로젝트를 따낸 일본회사 혹은 대형파견회사로부터 인력요청을 받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재하청이 반복되어 3, 4, 5번째 하청업체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한국계파견회사에 일을 주는 일본회사만 신이 난다. 회사가 200개나 되니 그 중에서 값이 싸고 우수한 인력을 고를 선택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업체증가로 인한 가수요의 증가는 외국계업체간의 경쟁을 유발했고 영업매출이 줄고 인건비는 오르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되었다. 기술자들의 이직율도 자연 높아졌다. 아니, 아예 프리렌서화하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IT업체를 지향하던 많은 회사들이 프리렌서들을 상대로 하는 단순 인력파견회사로 전락했다. 극히 빈약한 경영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 간다면 도사할 회사가 대부분일 것이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공급측의 문제점은 공급되는 기술자들의 기술명세가 획일적이라는 것이다. 90%이상이 Java계통의 프로그래머이다. 나머지가 .NET이나 Embedded쪽이다 .당장 수요가 큰 쪽으로 몰리는 것이다. 당장은 일을 얻을 지 모르지만 결국 과잉편중을 초래한다. 경쟁이 심해진다. 한국의 교육업체의 대부분이 Java에 치중하고 있다. 장기적이고 안정된 일은 오히려 DB전문가, 네트웍전문가(CISCO), 인프라(서버구축/운영요원)쪽이지만 육성하기가 쉽지않고 경력쌓을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 때문에 외면당하기 쉽다. 그러나 이곳에 온 기술자중에는 그 방면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일본어능력의 한계도 극복해야할 과제이다. 산업인력공단이나 무역협회(정확히는 무역협회가 운영하는 무역센터내 교육센터)의 시스템은 대부분 10개월 - 12개월과정에 하루 4시간을 일본어교육에 할애하고 있지만 정작 연수생들은 그 중요성을 깨우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기술교육을 우선시하지만 실제로는 커뮤니케이션능력이 더 뛰어나야한다. 심지어 4개월에서 8개월간 교육하는 엉터리교육도 많다. 산업인력관리공단의 지원을 받는 교육기간 중 8개월에도 못미치는 '날림공사'도 많다. 4개월이면 일본어를 매스터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는 교육기관과 경영자들도 많다. 이런 인식들이 대학졸업 후 취업에서 좌절한 젊은이들을 더 병들게 만든고 좌절하게 만든다. 그러한 것들은 범죄에 가까운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기다리고 있는 것이 실업인데 그런 사회를 만들어 놓은 선배들이 하는 짓이 '날림공사'이다.

앞으로 일시적으로 일이 풀려 문제가 해결된 듯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한국기술자들의 일본취업은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인건비면에서 보면 원래 한국기술자들이 일본에서 일한다는 것은 잘 맞지 않는다. 그러나 심각한 한국의 청년실업문제와 일본의 구인난이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일본취업전제 IT교육과 일본현지에서의 인력파견업은 활황이었다. 그러나 이제 작년을 정점으로 하여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교육에서 취업까지 전체적으로 재고해야할 때가 되었다. 아니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여기에 몇 가지 제언을 하기로 하자.

1. 교육내용의 다양화

중국, 베트남, 필리핀에서 고급인력이 계속 공급될 것이고 옵소어개발이 늘어날 것이다. Java일색의 교육내용에서 탈피해서 그들이 하기 어려운, 네트웍, 데이터베이스, 서버기술자를 양성해야 한다.

2. 외국어능력배양

비이공계출신 젊은이들이 많기 때문에 기술교육과 어학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일본어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왕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할 바에야 일본에서 1개월이상 생활체험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일본어필요성을 피부로 느껴야한다. 교육기간도 최소한 1년으로 늘려야한다.

3. 장기적인 전망을 가져야 한다.

이는 산업인력관리공단이나 무역협회등 교육을 주도하는 곳에서 일본현지의 수요변화를 보다 일찍 파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탁상행정식 업무에서 벗어나 현지에 귀와 코를 들이대고 조그만 변화도 놓지지 않고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 예산을 지원하려면 제대로 하고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8개월이하의 날림교육은 허가해서는 안 된다. 젊은이들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4. 기술자들이 일본어를 잘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쟁력을 높이려면 일본어수준을 부단히 향상시켜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영어'가 가능하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한국에서 일을 얻지 못해서 일본에 오는 것이 아니라 장차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발판으로 생각하고 미래를 위해 '영어'를 실용적인 것으로 만들어 놓으면 앞날은 밝다. 일본 국내에서도 영어 잘 하는 사람을 찾는 프로젝트도 적지 않다. 브릿지 엔지니어로 미국, 중국등으로 출장갈 일도 있다. 일본어로 기반을 다지고 영어로 날개를 달며 훨훨 날아오를 수 있다.

현재 이곳에 와서 대기중인 젊은 신입기술자의 수가 족히 100-200명은 훨씬 넘을 것이다. 당장 그들은 고용회사의 비용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지금의 상태가 장기화하게 되면 그들을 채용한 업체들 중 도산의 위기에 처할 회사도 많아지고 젊은이들은 다시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의 특성과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장래를 좌우하는 일이다. 신중에 신중을 더해야 할 것이다.

다음 기회에는 이곳에 온 젊은 기술자들의 형편을 다루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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