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7.18 13:39
수정 : 2007.07.18 13:58
안전 확보될 때까지…사상 두번째 원전 가동정지 명령
진도 6.8의 지진이 강타한 일본 니가타(新潟)현 가시와자키(柏崎)시는 18일 지진으로 방사능 물질이 누출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낸 도쿄전력의 가리와(刈羽) 원자력발전소에 대해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가동정지를 명령했다.
가시와자키의 아이다 히로시(會田洋) 시장은 이날 오전 도쿄전력의 가쓰마타 쓰네히사 사장을 시청으로 불러 이번 지진으로 화재가 발생한 가리와 원전 시설내 지반에 이상이 발견돼 시민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소방법에 입각해 가동정지 명령을 내렸다.
명령의 대상은 실내 저장고로, 이 시설이 정지되면 원자력 발전을 사실상 가동할 수 없게 된다.
일본의 원전 관할 지자체가 소방법에 의거, 가동 정지명령을 내리기는 지난 1995년 고속증식로 '몬쥬' 나트륨 누출 사고에 이어 두번째다.
앞서 경제산업성은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1-7호기 원전 모두에 대해 가동을 중지하라고 도쿄전력에 지시한 바 있다. 지진 발생 당시 가리와 원전에서는 전체 7기 가운데 4기가 가동중이었으며, 이들 4기는 지진으로 운전이 자동 정지됐다.
아이다 시장은 니가타현의 원자력발전 안전대책과에서 전날 실시한 현장 조사의 보고 등을 근거로 "시설내 지반에 상당한 손상이 발견됐다"며 "이 상태로는 원전의 재개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가동정지 명령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자체 피해 상황을 조사중인 도쿄전력은 이번 지진으로 제7호기 원자로의 주배기통 부근 대기에서 평상시 검출되지 않던 요소와 크롬 51, 코발트 60의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는 등 총 50건의 하자가 발생했다고 17일 발표했다.
그러나 검출된 방사능은 법정한도의 1천만분의 1 정도의 극미량으로 주변환경에 대한 영향은 없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가리와 원전에서는 또한 배관 등의 고체 폐기물을 담은 드럼통 약 100개가 지진의 충격으로 쓰러졌으며 이 가운데 일부 드럼통의 뚜껑이 열리는 바람에 바닥에 방사능 오염이 확인됐지만 외부에 대한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용후핵연료 풀(저장고) 바닥에 물이 고여 있고 급수펌프의 윤활유가 새는 등 1-7호기 원전에서 발생한 하자만 50건에 달했다. 지진 직후에는 제3호기의 주변압기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방사능물질이 함유된 냉각수가 바다로 유출되기도 했다.
가리와 원자력발전소는 이번에 니가타현 주에쓰(中越) 앞바다에서 규모 6.8의 강진을 일으킨 단층이 바로 밑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기상청 등의 여진 분석에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원전이 지진 위험에 곧바로 노출돼 있어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원전측은 설계 당시 이번과 같은 규모의 지진을 상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전력 홍보실은 "원전 설계시에는 이번과 같은 규모의 지진을 예상하지 못했다. 여진 분포 등으로 단층이 원자력발전소 바로 밑(直下)에 있음을 알아냈다. 앞으로 여러 조사 등을 거쳐 직하형 지진에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가리와 원전은 당초 미지의 활단층에 의한 직하형 지진도 고려해 설계했으나 예상 규모가 매그니튜드 6.5에 불과했다. 매그니튜드가 0.2 다를 경우 에너지가 약 2배나 차이가 나기 때문에, 설계 당시의 전제가 빗나갔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이홍기 특파원
lhk@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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