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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카쇼무라에 핵시설이 들어서는 것에 반대해 유일하게 땅을 팔지 않고 있는 고이즈미 긴고씨가 17일 오전 반핵 투쟁의 정신적 성지인 이즈미다 신사에 앉아 한·일 두 나라의 ‘2007 피스 앤 그린보트’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신념을 들려주고 있다. 롯카쇼무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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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 폐기물 유출” 먹구름
핵연료 재처리 공장 11월 본격 가동 “우리는 현재를 살면서 동시에 미래를 살아갑니다. 미래도 우리의 책임이죠. 다음 세대에 핵 시설을 남겨선 안 됩니다.” 일본 북동부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의 신나야 지역에서 아들과 살고 있는 고이즈미 긴고(78) 씨. 그는 17일 집 근처 신사에서 지팡이에 의지한 채 한국 환경재단과 일본 피스보트가 공동으로 주최한 ‘피스 앤 그린보트’ 참가자 100여명을 맞이했다. 나무로 만들어진 신사는 우거진 숲 사이에 홀로 자리잡고 있었다. 20여년 전만 해도 90여가구가 농사짓고 고기 잡으며 살던 이 지역에 지금은 고이즈미 씨 집안만 남았다. 1985년 핵연료 시설이 이곳에 들어서기로 결정됨에 따라 주민들은 땅을 일본원자력연료주식회사(원연)에 팔고 다른 도시로 떠났다. 그러나 고이즈미 씨는 땅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핵 때문에 한번 문제가 생기면 흙도 물도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혼자라 외롭고 힘들지만 신념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다큐멘터리 감독인 간토 씨는 “핵시설로 가는 길목에 있는 고이즈미 씨의 땅을 원연에서는 ‘목에 걸린 가시 같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90여가구 다 떠나고 70대 노인과 아들만 남아“외롭지만 떠날수 없어”
근처 연안 농어민도 “생계유지 어려워” 근심 늘어 현재 이곳엔 92년부터 핵발전을 위한 우라늄 농축 공장과 저준위 방사성폐기물 매립센터 등이 가동되고 있다. 225만평의 시설은 철책으로 둘러싸여 있고 안쪽에는 시멘트 장벽이 이중으로 설치돼 거대한 군사 요새처럼 보였다. 원연이 지난해 2월부터 시험 운행한 핵연료 재처리 공장이 오는 11월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요시오카 다쓰야 일본 피스보트 대표는 “핵 재처리 과정에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나와 대기와 바다로 유출될 것”이라며 “지진 가능성도 높아 제2의 체르노빌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본부 사무처장은 “핵을 보유하지 않은 나라 중 유일하게 일본만 핵 재처리 공장을 가동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플루토늄이 계속 나와, 언제든지 핵무기를 만들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롯카쇼무라가 핵 시설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근처 도마리항 농어민들의 근심은 커져만 간다. 핵 시설 반대 모임에서 활동하는 나카가와 도미오 씨는 “주민들이 농·어·낙농업으로 먹고사는데, 상품에 원산지 표시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롯카쇼무라’라고 하면 소비자들이 방사능 오염 등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다네이치 노부오(72) 씨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 어부 생활은 그만뒀다”며 “아들과 며느리조차 이곳에 오지 않으려고 해 혼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롯카쇼무라/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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