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유감"..시민단체 "정부는 사죄해야"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연행 비난 및 사과 요구 결의안이 미국 하원 본회의에서 채택된데 대해 일본 정부는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유감이지만 다른 나라 의회가 결정한 사안"이라며 대응을 자제했다.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7.29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참패한 직후 결의안이 가결되자 "그렇지 않아도 악화된 여론이 더욱 나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감지됐다. 이에 대해 항의 등의 후속 조치를 할 경우 사태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반면 시민단체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에 대해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해 진솔하게 사과할 것을 촉구하는 등 정부를 압박했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부의 자세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에 대한 나의 생각, 정부가 취해 온 대응은 지난 4월 미국 방문 당시 설명했다. 결의안이 채택돼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요한 것은 21세기를 인권침해가 없는 밝은 시대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결의안의 채택에 따라 일본 정부가 군대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관방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4월 미국 방문 당시 자신의 생각을 미국측에 전달했다"며 "그럼에도 하원 본회의에서 결의안이 채택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그는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정확히 전달하려 노력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며 "그러나 결의안 채택은 다른 나라 국회가 결정한 것"이라고 말해 정부 차원에서 항의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반면 야나기사와 하쿠오(柳澤伯夫) 후생노동상은 "국제적 여론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해 결의안 내용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의 전쟁책임 자료집 센터', '전쟁과 여성 폭력 일본 네트워크', '전쟁과 평화 자료관' 등 일본 시민단체는 이날 낮 참의원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 정부의 사과와 진생규명, 피해자에 대한 배상금 지급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일본정부는 지금까지 여러번 사죄했다고 주장하지만 피해 여성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며 "정부와 국회는 내각결의 및 국회결의 등의 공식적인 형태로 일본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사죄를 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논픽션 작가인 가와타 후미코(川田文子)씨는 교도(共同)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군에 의한 성노예 제도가 여성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을 미국인들이 수용한 것"이라며 "관계 당사국 이외의 국가에 의한 결의안의 의미를 일본 정부는 중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식 사죄 문제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사과에 그치지 말고 일본은 향후 어리석은 전쟁을 두번 다시 일으키지 않겠다는 평화선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카모토 요시카즈(坂本義和) 도쿄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는 "아베 총리는 구(舊) 일본군이 강제로 동원했는지 어쨌든지 문제에 매달리지만 미국은 여성을 전쟁터에서 위안부 역할을 하게 한 인권침해라는 측면에서 결의안을 채택했다"며 "미국의 입장에서는 책임을 회피해 온 일본 정부는 '아름다운 국가'는 커녕 '추악한 국가'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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