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추스르지 못하면 연내 퇴진 가능성"
참의원 선거 참패로 막다른 궁지에 몰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7일 정권의 운명이 걸린 당정 쇄신인사를 단행한다. 아베 총리는 내각 개편과 자민당 당직 인사를 통해 참의원 선거 참패 후 당 안팎에서 시달리고 있는 퇴진 압력과 내각 및 자민당의 지지율 급락에 제동을 걸고 정권을 정상화 시키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는 아베 정권의 명운을 가늠하는 중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중순 임시국회에서 참의원 내 제1당으로 부상한 민주당 등 야당측의 공세가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베 총리는 이번 인사로 이반된 민심을 추스르지 못할 경우 연내 퇴진을 포함한 정치적 곤경에 처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는 인사를 앞두고 인선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료들의 정치자금 문제가 선거 참패의 커다란 요인이 됐다는 판단에 따라 아베 총리는 입각 후보자들에 대한 철저한 사전검증을 비서실에 지시해 놓았다는 후문이다. 자민당에서는 유력한 입각 후보가 정치헌금 문제로 리스트에서 빠졌다는 등의 소문도 있다. 지난해 9월 내각 출범 인사에서 자신을 총리로 만드는데 기여한 공신들을 대거 중용하는 바람에 '끼리끼리 내각'이라는 비난을 샀던 점을 고려, 이번인사에서는 '청렴과 능력'이 돋보이는 인사를 포진시킨다는 구상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약화된 정권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파벌 보스들을 중요 포스트에 앉히는 등 거당체제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럴 경우 종전의 '계파별 나눠먹기 부활'로 받아들여져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살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아베 총리는 2차 내각 출범 후 기자회견을 통해 지방 활성화 등 앞으로 중점 추진할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자민당의 참의원 선거 총괄보고서는 '아름다운 나라' '전후 레짐(체제) 탈피' 등 이념적 구호를 전면에 내세워 온 아베 총리에게 "정권 우선 순위가 민심과 거리가 있었다"며 국민들의 눈높이 맞추는 국정 운영을 주문했다. 아베 총리는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에 역사적 참패를 당해 참의원에서 창당 이래 다수당의 자리를 내준 뒤 "반성할 것이 있으면 반성해야 한다"며 기회있을 때마다 '반성'을 강조하는 등 자세를 낮춰 왔다. 지난 24일 말레이시아 방문시 기자단에게도 "참의원 선거를 반성하며, 지방의 활성화에도 힘을 쏟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미국 백악관을 모델로 총리실의 역할과 기능 강화를 위해 신설했던 담당 보좌관 제도도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아베 총리는 국가안보, 교육재생, 경제재정, 홍보, 납치문제 등의 담당 보좌관을 두고 총리실 중심의 정권운영을 주문했으나 보좌관끼리의 권한 다툼과 관료들의 저항으로 제기능을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 이번 인사에 관해서는 하루 전인 26일 현재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이 당 간사장으로, 아베 총리의 출신 파벌인 '마치무라파' 회장인 마치무라 노부다카(町村信孝) 전 외상이 관방장관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설이 나돌뿐 정보가 일절 흘러나오지 않고 있다. 이번 인사에 대한 아베 총리의 고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란 분석이다. 아베 총리는 간사장 인사에 대해 "당이 결속해 활력을 가질 수 있는 당 운영을 해나가길 기대한다. 간사장의 업무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소 외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홍기 특파원 lhk@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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