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거사’ 별명…첫 ‘부자 총리’ 관심
후쿠다 다케오가 일본 총리에 취임한 때는 1976년이다. 그로부터 31년이 지난 지금 그의 장남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이 총리 자리를 거머쥘 태세다. 후쿠다가 자민당 총재로 당선되면 일본에서 처음으로 부자 총리가 탄생하게 된다. 지금 후쿠다의 나이는 공교롭게도 아버지가 총리가 됐을 때와 같은 71살이다. 현재 6선 의원인 그는 대표적인 ‘늦깎이’ 정치인이다. 1959년 와세다대(정치경제)를 졸업한 뒤 17년간 월급쟁이 생활을 했다. 아버지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해 90년 아버지의 정계은퇴 뒤 처음 중의원 의원에 당선된 2세 정치인이다. ‘신중거사’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매사 조심스럽게 행동하며, 조정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 2인자인 관방장관을 가장 오래(1259일) 역임한 것도 뛰어난 조정능력에서 비롯했다. 후쿠다는 2001년 말~2002년 1월 다나카 마키코 외상이 외무 관료들과 갈등을 빚을 당시 외교정책을 사실상 주도해 ‘그림자 외상’으로 불리기도 했다. 외상이 교체된 이후에도 외무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총리실 외교’를 도맡았다. 고이즈미의 2차 방북을 둘러싸고 견해차를 빚은 그는 2004년 정치인들의 연금미납 파동 때 사임했다. 재임 중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중시를 역설해왔다.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반대하는 나라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중국을 고려해 리덩후이 전 대만 총통에게 방일 비자를 내주지 않도록 하는 데 앞장섰던 것으로 전해진다. 후쿠다는 강경 성향인 마치무라파에 소속돼 있지만, 이런 태도 때문에 강경 우파들로부터 반발을 사왔다. 우파 잡지인 〈분게이??슈〉 등은 그의 관방장관 재임 시절 거의 매번 비판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테러특별법 등 난제 첩첩…민주당과 싸움 험난 후쿠다가 총리 되면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이 총리가 되면 자민당은 난국을 돌파할 수 있을까? 후쿠다가 아베 총리와 아소 간사장에 비해 뛰어난 조정력과 정치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지만, 민주당과 싸움이 만만찮은 것은 변함이 없다. 우선 당장 테러대책특별조처법(테러특별법) 연장 문제라는 난제가 기다린다. 미-일동맹을 중시하고 있는 자민당으로서는 해상자위대의 인도양 급유 지속을 바라는 미국의 주문에 어떤 식으로든 화답해야 할 처지이다. 민주당은 누가 총리가 되든 11월1일 기한이 끝나는 특별조처법 연장 반대를 끝까지 밀어붙인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을 통한 중의원 해산-총선-정권 교체가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대표의 정국 운영시나리오이다. 새 법을 만들어 급유활동을 지속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고 국민여론도 연장 반대가 아직은 우세하다. 중의원 재의결 카드를 쓰기에도 위험부담이 크다. 국회법에 따르면 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참의원에서 테러특별법을 부결하면 중의원 2/3 찬성으로 재의결할 수 있다. 현재 여당이 중의원 의석을 2/3 이상 차지하고 있어 이론상으론 가능하다. 이 경우 민주당은 내각문책 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재의결카드를 쓰면 참의원에서 문책결의안 발동-가결로 중의원 해산·총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차기 자민당 총리는 책임을 지고 중도하차하고, 총선은 차차기 총리의 주도로 치러 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테러특별법의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면 후쿠다는 자칫 몇 개월짜리 단기 총리로 운명을 다할 수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 총재선거는 오자와 대책이 전혀 포함돼있지 않다”며 “그게 현 자민당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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