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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일본 첫 부자 총리 취임 앞둔 후쿠다 |
"사람들과 맞짱을 떠서 목표를 쟁취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71세의 나이에 아소 다로(麻生太郞) 간사장을 누르고 23일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승리, 오는 25일 국회의 총리 지명 선거에서 차기 총리로 선출되게 될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에 대한 당내의 일반적인 평가다.
실제 그는 이번 총재 선거에서도 당내 9개 파벌 가운데 8개 파벌 대표들이 지지를 선언, 추대 형식으로 총재 자리에 앉게 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탄생한 지난해 총재선거에서는 "나는 스페어(예비)다"고 말했다. 고령인 점도 거론했다. 올해의 경우 경쟁자였던 아소 간사장에 대한 당내의 반발이 비등, 각 계파가 그를 차기 총리로 지목하자 "평상시라면 내가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다. 긴급사태라서 나온 것이다"라며 총리직에 도전했다.
이번에 각 파벌의 지지를 등에 업고 내각을 이끌게 된 것은 당 지지도 추락과 7.29 참의원 선거 대패라는 위기 상황이 도움이 됐다. 아베 정권이 출범 이후 '친구 내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정운영 경험이 부족한 인사들이 핵심 포스트를 맡으면서 당과 내각을 총체적 위기에 빠뜨렸다는 당내 지적도 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안정감'이 장점인 후쿠다 전 관방장관에 힘이 실린 것이다. 각료 경험은 관방장관 뿐이지만 재임 기간은 역대 최장 기간인 1천289일이나 된다.
관방장관을 역임하고 6선의 의원직을 수행하면서 얻은 별명은 '신중거사'다. 지난해 당 총재 경선에 출마하려다가 주변의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자 출마 의사를 곧바로 접은 것이나 이번에도 먼저 출마를 선언하기 보다는 다른 파벌 지도자의 권유를 받고서야 출마를 선언한 것도 이런 그의 특성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그는 1936년 7월 16일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전 총리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군마(群馬)현 출신이다.
자민당 총재로 선출됨에 따라 이틀후면 일본 첫 부자(父子) 총리 탄생이란 공식 기록을 세우게 된다.
1959년 와세다(早稻田)대 정치경제학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가업인 정치를 물려받는 대신 마루젠(丸善)석유(현 코스모석유)에 입사했다.
17년간 샐러리맨 생활을 한 뒤 1976년 부친의 비서로 정치에 입문했다. 1990년 2월 중의원 선거에서 첫당선된 뒤 지금까지 모두 6차례 당선됐다.
2000년 10월 모리 요시로(森喜郞) 전 총리 정권에서 관방장관으로 입각한 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정권에서도 계속 관방장관직을 수행했다. 국민연금 보험료 미납 사건으로 인해 2004년 5월 사임했다. 그러나 역대 관방장관 가운데 가장 긴 재임 기간이란 기록을 세웠다.
고이즈미 정권에서는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당시 외상과 외무성 간부와 충돌이 발생, 외상이 사임한 뒤에는 관방장관으로서 외교 분야도 훌륭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특히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의 연대를 강화하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내세우고 있어 취임 이후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는 상당히 개선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역사문제에 있어서도 전임자인 아베 총리에 비해서든 상당히 유연하다.
대북 관계에 있어서도 아베 총리의 압박 일변도 정책 보다는 대화를 중시하고 있어 국교정상화 등 극적인 관계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후쿠다 전 관방장관이 차기 총리로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그가 속한 세이와(淸和)정책연구회(마치무라<町村>파)는 모리, 고이즈미, 아베에 이어 4대 연속 자민당 총재와 총리를 배출하게 됐다.
다만 카리스마가 부족한 점과 민주당 등 야당이 참의원을 장악, 국정운영이 극도로 어려운 상황에 취임하게 된 만큼 위기 관리를 위한 과도 내각의 단명 총리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어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주요 프로필>
▲1936.7.16 출생
▲1959.3 = 와세다대 졸업 및 마루젠석유 입사
▲1976.11 = 후쿠다 다케오 당시 의원 비서관, 이듬해 부친의 총리 당선 후 총리 비서관
▲1990.2 = 군마현에서 중의원 당선(현재 6선)
▲1995.8 = 무라야마 내각에서 외무정책차관
▲1997.9 = 자민당 부간사장
▲2000.7 = 자민당 정조부회장
▲2000.10 = 모리 내각에서 관방장관으로 입각
▲2004.5 = 국민연금 보험료 미납문제로 관방장관 사임
▲2004.10 = 모리파 대표간사
▲2007.9.23 = 자민당 총재
▲2007.9.25 = 일본 총리(예정)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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