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9.23 19:50
수정 : 2007.09.23 19:50
선거관리 내각...중의원 해산 시기 관심거리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71) 전 관방장관이 아소 다로(麻生太郞.67) 간사장을 제치고 당선됐다. 그는 오는 25일 국회의 총리 지명 선거를 거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후임으로 취임한다.
후쿠다 신임 총재는 아베 총리가 지난 12일 사의를 전격 표명하기 전까지만 해도 차기 총리감으로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71세의 고령인데다, 당시 아소 간사장이 차기를 겨냥해 치밀하게 판을 짜나가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무책임하게 정권을 내던지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전후 최연소 총리로 각광을 받던 아베 총리가 드러낸 불안한 정권 운영과 리더십 부족에 대한 반작용으로 안정적인 지도자를 찾는 기류로 바뀌면서 일약 최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당내 9개 파벌 가운데 아소 간사장이 이끄는 아소파를 제외한 8개 파벌 보스들이 담합해 후쿠다 후보를 추대했다. 아베정권에서 요직을 지낸 아소 간사장은 전격 사퇴를 막지 못하고 정국혼란을 초래했다는 연대책임론에 휘말렸다.
참의원 선거 참패로 참의원 주도권을 민주당에 빼앗긴 자민당으로서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안에는 있을 것으로 보이는 총선에서 패하면 끝이라는 위기감에서 총선의 '얼굴 마담'으로 안정감이 트레이드 마크인 후쿠다 카드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아름다운 나라', '전후 레짐(체제) 탈피' 등 이념적 구호를 표방, 국민들의 관심과 실생활과 거리가 먼 정책을 우선해온 아베 정권과는 정반대 이미지의 정권을 내세워 위기 국면을 벗어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다.
그러나 후쿠다호의 앞날은 험난하다. 내각의 수장만 바뀌었을 뿐 향후 정국 향방의 키를 쥐고 있는 참의원내 여소야대의 상황이 개선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권 획득의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는 민주당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도 뻔하다.
당장 국회에서 테러대책법의 연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인도양에서 자위대가 실시하고 있는 미군 등 다국적군 함정에 대한 급유지원의 근거법이 오는 11월1일로 시한이 만료되나 참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반대로 해결할 길이 막막하다.
연금 재원이 될 소비세 인상 문제와 참의원 선거 참패의 원인이 됐던 지방과 도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빈부 격차 확대 등 사회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도 답을 내놓아야 한다.
또한 파벌 보스간 담합으로 총재에 당선돼 파벌정치를 부활시켰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복하는 것도 과제다. 아베 총리의 이례적인 사퇴로 국회를 공전시키는 등 정치 공백을 초래한 데 대한 책임도 자민당에 있다.
오는 25일 발족되는 후쿠다 내각은 선거관리 내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총재와 중의원의 임기가 2년이 남았기 때문에 이론상 2년간 임기가 보장돼 있지만 정국 혼란을 피하기위해 국민들에게 신임을 묻는 총선을 도중에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
후쿠다 정권은 현재 바닥을 기고 있는 자민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회복돼 정권 유지의 전망이 밝은 시점을 골라 중의원 해산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해산 시기에 대해서는 임시국회를 제대로 돌파하지 못할 경우 연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내년 봄 정기국회에서 2008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킨 뒤 여야 합의하에 중의원을 해산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며, 국회가 끝난 뒤 총선을 실시, 새 총리로 하여금 내년 7월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열리는 주요 선진국(G8) 정상회의에 참석토록하는 방안도 예상된다.
이홍기 특파원
lhk@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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