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0.15 20:04
수정 : 2007.10.1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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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한센기지 외곽에서 훈련중인 미 해병대원이 촬영하려는 일본인 기자(맨 오른쪽)에게 비키라고 경고하고 있다.(사진 위) 주일 미 육군의 유일한 전투부대인 특수부대(그린베레) 병사들이 오키나와의 육군복합사격훈련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아래) 오키나와현평화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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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미군과 시민사회] (중) 연대해서 감시한다 - 림피스
주일미군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림피스’라는 단체가 있다. 1996년 12월에 문을 연 이 단체의 사이트(www.rimpeace.or.jp)에는 주일미군에 관한 정보가 연일 올라온다. 미 공군의 병기탄약고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라는 오키나와의 가데나 탄약고에 대량의 포탄이 반입됐다는 것이 이달 11일치로 떠 있다. 그보다 사흘 전에는 미 해군의 미사일 추적함 옵저베이션 아일랜드호가 요코하마의 노스독에 입항했다고 한다. 둘 다 사진과 함께 올라 있다.
11년째 기지정보 확산운동…현지주민 제보가 큰힘
미 사령부 축소이전 성과도…연대 통로는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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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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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 초기 화면에는 운영을 주도하는 전·현직 자치체 의원 6명의 이름이 있다. 림피스 초기부터 참여한 가네코 도키오(57)는 가나가와현의 사가미하라 시의원이다. 미 해군항모의 함재기들이 사용하는 아쓰기 기지, 주일 미 육군사령부가 있는 자마 기지, 거대한 병참기지 구실을 한 사가미하라 보급창 등 3개의 큰 기지가 몰려 있는 곳이다. 사가미하라 토박이인 그는 어릴 때부터 군용기의 소음에 시달리며 자랐다. 대학 졸업 후 줄곧 소음피해 방지운동에 관여하며 사회당 지역조직에서 일하다가 91년 시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이래 5기째 연임하고 있다. 현재 사민당 소속인 그를 지난달 17일 의원연락사무소에서 만나 림피스 출범이나 운영방안에 관해 들어보았다.
그는 “기지나 군사문제에 안보상의 이유로 비밀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림피스의 기본 자세라고 밝혔다. 미군기지가 있는 훗사(요코다기지의 소재지), 사세보, 이와쿠니의 시의원들과 논의를 거듭한 끝에 자치체 의원이라는 입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모아 발신하려고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를 만나기 전에는 림피스에 올라오는 내용을 보고 상당히 정교하게 짜여진 단체가 조직적으로 움직인다고 지레 짐작했었다. 그는 10명 정도의 운영위원 편집위원들이 전화나 웹상으로 회의를 하고 서로 원고를 써서 보내면 편집장이 정리해서 올린다고 했다. 본부 같은 것은 따로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가네코 의원과 대화를 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상황이나 풍토의 차이를 절감했다. 주일미군의 움직임이 기밀정보일텐데 어떻게 입수 가능한지 묻자 “우리가 하는 것은 비밀 수집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자신의 눈으로 보고 촬영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미군 당국에 조회를 하거나 내부의 정보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직접 보고 조사를 해서 올린 자료들이라고 밝혔다. 눈으로 본다는 사람들의 직업은 무엇이냐고 되묻자 “시민단체 활동가나 택시운전사 등 다양한데 그 지역의 전문가들이어서 정보에 밝다”고 설명했다.
림피스의 편집장 라이 와타로(59)도 같은 얘기를 했다. 오키나와에 갔다가 바로 돌아오는 길이라는 그는 편집장이라고 해서 무슨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메일 주소로 사진이나 원고가 도착하면 올리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유지 비용을 어떻게 충당하냐는 물음에는 시의회 의원들이 나눠서 부담하고 있다고 밝히고 다행스럽게도 인터넷 유지 비용이 대단히 저렴해져 한달에 4만엔 정도 든다고 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기지를 관찰하는 곳이 없으니까 무슨 일이 생기면 일본 매스컴이 사진을 구할 수 있냐는 문의를 제법 해온다”고 말하고 기지문제를 담당하는 기자들은 반드시 본다고 덧붙였다.
전세계적인 미군재편 계획에 따라 자마 기지에는 미국 워싱턴주 포트 루이스에 있는 1군단 사령부가 오게 돼 있다. 일본에서 47개소의 기지가 미군 재편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가네코 의원은 기지가 강화되거나 소음 등의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은 모두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군 재편 기지 강화와 싸우는 전국연락회’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작년 2월 오키나와 나하에서 결성된 이 모임은 이달 이와쿠니에서 2차회의를 열어 의견 교환을 했다.
자치체가 반대한다고 해서 중앙정부의 결정에 실제로 영향을 끼칠 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는 분명한 어조로 “그렇다”고 답했다. 미군 재편과 관련한 중간보고에는 1군단 사령부의 본대가 자마기지로 온다고 했다가 최종보고에는 한정된 사령부를 두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는 지역의 거센 반대운동 때문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축소됐다는 것이다.
사가미하라시와 자마시에 걸쳐 있는 자마 기지는 한반도 정세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한유엔군 후방사령부가 이곳에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 이후 정전협정을 대신할 평화협정 체결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평화협정이 쳬결되면 유엔사령부는 존속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자마 기지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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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미군과 시민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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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 종전 후 미군이 진주해 육군사령부를 둔 자마 기지는 원래 일본 육군사관학교가 있던 곳이다. 일제가 도쿄 이치가야에 있던 사관학교를 1937년 여기로 옮겼다. 가네코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이 자마에서 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42년 만주군관학교 예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일본 육사에 편입해 44년 졸업했으니 한국과 일본, 미국의 군사기지는 이렇게도 연결이 된다.
사가미하라/김효순 대기자
hyo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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