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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24 17:42 수정 : 2007.10.24 17:42

일본 정부는 24일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사건이 한국 정보기관의 조직적인 범행이었음을 공식 인정한 조사 보고서가 발표된 것과 관련, 일본의 주권 침해에 항의하며 한국 정부의 사죄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기무라 히토시(木村仁) 외무성 부대신은 이날 유명환 주일 한국대사로부터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김대중 납치사건 보고서에 관한 설명을 듣고 "한국 당국에 의한 일본 국내에서의 공권력 행사로 일본으로서 매우 유감이다"며 이 같은 일본 정부의 입장을 표명했다.

유 대사는 이에 대해 "한국 정부의 입장을 가능한 빨리 일본에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국내에서 주권침해 사건이 발생한 것은 큰 문제다. (일본측이 유감의 뜻을 전했기 때문에) 조만간 한국 정부로부터 정식 태도 표명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치무라 장관은 진상규명이 되지못한 책임이 일본 정부에 있다는 보고서의 지적에는 "책임이 일본측에 있다는 주장을 만일 한국 정부가 한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본의 수사당국에 의한 수사가 계속중이라고 듣고 있다. 수사당국이 어떤 수사를 계속할지는 자체 판단에 맡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973년 8월 야당 지도자였던 김대중씨가 도쿄(東京) 도심의 호텔에서 한국으로 납치된 사건은 발생 직후부터 중앙정보부(현 국정원)의 개입 의혹이 제기돼왔으나 1973년과 1975년 두차례에 걸쳐 한일 양국 정부간에 정치적 봉합으로 수사가 사실상 종결됐었다.

그러나 한국측이 김대중 납치 사건에 대한 정부기관의 조직적인 개입을 처음 공식 표명함에 따라 한일 양국이 공권력 개입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전제로 정치적 매듭을 지은 납치 사건은 이번 보고서로 정치적 해결의 전제가 허물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의 주권 침해에 대한 사죄 여부와 함께 재조사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외무성의 한 간부는 "주권침해가 명백해졌다. 향후 대응은 한국 정부에 대해 사죄 요구와 관계자 처분, 배상 청구 등을 생각할 수 있지만 신중하게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중 납치사건의 수사를 담당했던 도쿄 경시청은 보고서를 입수, 사실 관계를 파악한 뒤 중앙정보부 관련자 등에 대한 진술 청취를 요구하는 등 필요한 조사를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시청은 관련자가 밝혀지면 체포 감금 등의 혐의로 입건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시청은 사건 발생 직후 약 100명 규모로 수사본부를 설치,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으나 정치적 매듭으로 1983년 수사본부를 해체한 뒤 현재는 공안부의 담당반원 몇명만이 수사를 맡고 있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김대중 납치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위의 보고서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등 비상한 관심을 기울였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일본 정부가 주권침해에 대한 한국 정부의 공식 사죄와 수사당국에 의한 관계자 조사를 요구하는 입장이지만 한국 정부가 "조사보고서가 정부 견해가 아니다"며 주권침해 인정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어 외교 문제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교도(共同)통신은 한일 양국 정부가 한국 당국이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허위의 구도를 전제로 정치적으로 봉합, 진상규명을 보류해왔지만 한국이 방침을 전환함으로써 그동안 불투명한 외교 처리에 응해온 일본 정부의 자세가 도마에 오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홍기 특파원 lhk@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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