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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29 16:04 수정 : 2007.10.29 16:52

고가네이 공원에서의 바비큐 ⓒ 한겨레 블로그 사케비

주말 이른 아침에 생각지도 못했던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히 불어대는 가을바람에 마음이 흔들렸는지, 바베큐를 하러 가자는 전화였다. 서로 바쁜 처지다 보니 한동안 술은 고사하고 연락도 뜸 했던 차라, 흔쾌히 대답을 하고 카메라가방하나 달랑 들고 집을 나섰다. 파란 수채화물감을 풀어놓은 가을하늘에는, 바싹 마른 햇살이 길 위에 부딪치면서 흩어진다.

고가네이 공원 ⓒ 한겨레 블로그 사케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온천장의 원형인 고다카라유 ⓒ 한겨레 블로그 사케비

도쿄의 고가네이 시의 고가네이(小金井) 공원에 도착하자, 먼저 와 있던 친구와 선배부부가 숯불연기를 피해가며 연신 고기를 굽고 있었다. 낯선 땅에서 좋은 가을 날씨와 정다운 친구들, 그리고 맛있는 바비큐라니. 때론 사람 때문에 상처 받기도 하지만, 가끔은 그 사람들 때문에 위안을 받고 살기도 한다. 그래 이 맛이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온천장의 원형인 고다카라유 ⓒ 한겨레 블로그 사케비

고가네이 공원에는 ‘에도 도쿄 건물원’(江戸東京たてもの園)이 있다. 이곳이 유명해진 것은 아마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만든 미야자오 하야오 감독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온천장의 원형인 ‘고다카라유’(子宝湯)를, 스케치 하러 왔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 것이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매일 발품을 팔았을 미야자오 감독의 성실한 일면을 상상해 본다. 하나의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상상력이라는 것이, 우리들이 그저 가볍게 흘리는 일상을 허투루 흘리지 않고, 진지하고 성실하게 바라보았을 때 얻어진다는 것을 본다.

고다카라유 목욕탕 내부모습 ⓒ 한겨레 블로그 사케비

고다카라유 목욕탕 내부모습 ⓒ 한겨레 블로그 사케비

고다카라유 목욕탕 내부모습 ⓒ 한겨레 블로그 사케비

상상을 한다. 아주 엉큼한 상상을. 그래 한 번 훔쳐보자. 딱 한 번만 그 목욕탕을 훔쳐보는 거다. 여기 아니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 나는 지금 여탕에 들어간다.

고다카라유 목욕탕 내에 걸려 있는 사진 ⓒ 한겨레 블로그 사케비

고다카라유 목욕탕 내에 걸려 있는 사진 ⓒ 한겨레 블로그 사케비

목욕탕 한 가운데를 벽이 하나 서 있고, 천정은 뚫려있다. 여기저기에서 도란도란 말을 주고받으며 물 흘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욕조에서 올라오는 수증기 사이로 하얀 살결의 여인들이 넘실거린다. 아, 이곳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구나. 그래 즐거운 인생이야.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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