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이나 일본이나 불경기다. 일본의 불경기와 한국의 불경기는 그 수준이 다르다. 한국은 사는게 힘들다는 뜻이고 일본은 조금 어렵다는 정도다. 좀 단순히 말하자면 일본의 불경기가 한국의 호황 때보다 결코 못하지 않다는 뜻이다. - 그것은 할 일이 있느냐 없느냐?
- 일을 가리냐 안 가리냐? 하는 점에서 파악해야 한다. 오늘의 주제와 다른 것이므로 다음 기회로 돌리고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하자. 어험! 불경기 이야기, 불법체류하는 한국 사람들이 늘어난 야그, 동경도지사인 이시하라씨가 외국인을 아주 싫어해서 눈에 불을 켜고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동경에서 뿌리를 뽑으려고 환장을 했다는 이야기, 그래서 우에노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잡혀가서 추방당했다는 이야기…. (이건 동네 한국 음식집 아줌마가 이야기에 끼어들어서 한 말. 추적 60분 방송 이후 200명이나 단번에 끌려갔다고 함. 불법체류는 당연히 해서는 안 되지만, 한국 방송사들이 한 번 떠들면 일본에 있는 한국사회는 몸살을 앓게 됩니다요. 적당히 하시죠? 한국에서 배부른 분들…. 음식점 주인 아줌마가 끼어들면 지난 20여년의 한국 사회 변천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이 아줌마는 내공은 높지 않지만 고참답게 재밌는 실화를 많이 알고 있다. 불법체류로 추방당한 사람이 일주일만에 다시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친구나 나나 눈이 휘둥그래졌다. 세상은 그렇게 생겼나보다. 방법은 모르니 필자에게 알려달라고 해도 소용없으니 연락하지 마세요.) 그런 이야기 속에서 필자 친구랑 이구동성으로 내뱉는 말이 있다. 내공이 높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입 밖에 내는 야그니 믿어도 좋다. 어험! "일본에서 잘 살려면 '굵고 짧게'가 아니라 길고 가늘게 살아야 하지." (밑줄 긋고 빨간 색 볼펜으로 노트에 옮겨 적읍시다. 어험!) 이 말이 시사하는 바는 많고 깊다. 우리가 내공이 높아서가 아니라 일본 사회의 특징과 한국 사람들의 특성을 모두 내비쳐주기 때문이다. 단 숨에 큰 밑천 잡으려는 것은 요즘 한국사회의 특징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 몫 잡으면 되고 출세하면 된다. 넓은 집과 외제차를 타면 신분이 '진골(?)"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내일을 의식하고 사는 한국 사람은 거의 없는 듯 하다. 대선과 총선을 관전해보니 그런 확신이 커졌다. 내일의 희망보다 오늘의 빵에 더 급급한 '여전히 배고픈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다. 일본에 온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을 보면 그런 특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일본에서 IT 취업하면 연봉 5만불도 받을 수 있다는 감언이설에 속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무튼 일 없어 고생하는 한국보다 일본을 택한 이유는 90% 여기에 있을 것이다. (아니라면 죄송.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금이야 외국인 파견 기술자를 쓰려는 회사가 줄고 있어서 일본에 와서도 취업난에 부딪히고 취업 재수, 아니 취업 3수를 해야 하지만, 2년전에는 '가수요'라는 술에 취해서 모두를 휘청거렸다.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높은 임금과 줄어든 일) 굵고 짧게 산다는 이야기의 촛점은 '돈'이다. 단시간에 많이 벌고 싶다는 것이다. 일본에 오래 살 생각이 없고 어차피 돈 벌려고 왔으니 돈 많이 벌고 싶다는데야 아무런 할 말은 없다. 문제는 오로지 '돈'에 올인하는 데 있다. 다른 것에 가치를 전혀 느끼지도 못하고 있다. 일본에 온 지 6년차가 되는 기술자가 연봉 800만엔을 요구하는 일도 가끔 있다. 그럴 때면 홍역을 치른다. 참고로 잘 나가는 일본 상급기술자(파견 기술자가 아니라 컨설팅 회사의 일본인 기술자)의 연봉이 35살 기준으로 700만엔이다. 중견 IT기업의 부장급이면 1000만엔을 간신히 넘긴다. 아주 잘 나가는 회사의 경우이고, 국립대학 나온 사람의 경우다. 일반 중소기업은 나이 40살에 연봉 600정도가 평균이다. 그러니 30대 중반에 아직 일본 생활의 앞뒤도 모르는 젊은이가 연봉 800만엔을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남보다 더 노력해서 단 기간에 고급기술자가 되려는 하나의 척도로 그런 목표를 설정해놓고 부단히 노력한다면 다른 이야기다. 그러나 고급기술자는 기술만으로는 될 수 없고, 대게의 경우 자신의 평가가 달콤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자신을 평가하지 못한다. 이제 자기 일만 처리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러도 마치 모든 것을 터득한 것처럼 착각한다.) 그 젊은이가 한 말이 참 답답하다. "나는 언젠가는 한국에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다. 무조건 많은 돈을 모아서 가면 된다" 였다. 더 무슨 말을 하겠는가? 잔소리를 해봐야 오히려 손가락질 하며 가르치려 든다. 기가 막힐 뿐이다. 그래도 IT기술자만틈 높은 수준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길이 달리 없기 때문에(양지에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음지도 요즘은 불황이라고 한다) IT기술자가 되려는 젊은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도 나타난다. IT취업불황인데도 달리 방법이 없기 떄문에 그럴 것이다. 취업 재수생은 더더욱 늘어만 가고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려는 시도에는 소위 남의 '등을 쳐먹는' 일이다. 사기가 그렇다. 회사를 차려놓고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놓고 빼돌린다. 그리고 다음 날 회사를 도산시키고 파산 선언을 한다. 민사상의 책임은 남지만 형사상의 책임을 피해가는 잔머리다. (피해를 다한 사람들의 원한과 분노를 생각해보라. 그런데도 그런 사람들은 같은 짓을 반복한다.) 단 기간에 돈 버는 길은 없다. 반드시 무리가 따르고 누군가 피해를 본다. 쉽게 많은 돈을 버는 방법이란 없는데도 마치 눈 앞에 있는 것처럼 산다. 언젠가 한국에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맘은 늘 한국과 일본에 양다리를 걸친 상태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가 사람들의 태반이 다시 돌아 온다. 일본 생활은 무미건조해 보이지만 중독성이 아주 강하다. 그러니 일단 일본에 온 사람은 다시 돌아올 확률이 높고, 경우에 따라서는 왔다갔다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다 보면 재산도 모이지 않고 삶도 안정되지 못해서 피곤하게 된다. 한국의 상황은 결코 좋지 않기 때문이다. 돌아가도 '내가 차지할' 자리라고는 없다. 자리를 차지하기에는 현지에서 뿌리를 내린 사람들과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경쟁이 될 리가 없다. 한-일 사이의 가교역할을 해내면 되지만 불행하게도 일본에 오래 살아도 일본 사회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 할 일이라고는 무역 정도다. (그것도 주로 한국사람 상대) 일본에서 단 기간에 큰 돈을 버는 방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업을 하든, 월급쟁이를 하든 로또나 복권을 사든 그렇다. 아주 낮은 확률의 게임에 모든 것을 걸기에는 일본이란 사회는 적합치가 않다. 정말 운 좋게 연말 자이언트 복권을 사서 1등에 당첨이 되도 3억엔이 최고 액수다. 확률은 거의 0에 가깝다. (이에 비해 한국의 로또는 확률도 다소 높고(?) 금액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 정부가 나서서 국민을 상대로 도박을 유도하는 이상한 나라가 한국이다. 그런 헛된 희망이라도 줘야 국민들을 속일 수 있기 떄문에 정치가들은 그런 덫을 만들어 놓든다. 속지 맙시다. 좌파정권이니 우파정권이니 하는 말에 속지 맙시다. 로또 시키는 정권밖에 없습니다.) 일본이란 나라는 정말 특이하다. 도움을 줘도 필요한 만큼만 주어진다. 열심히 일한 만큼 돌아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일확천금의 기회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일한 대가가 반드시 돈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냥 '잘 했다'는 인정 정도다. 한국에 돌아가도 희망이 없고, 일본에서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것도 어리석다. 복잡한 일본 사회 속에서 그나마 남보다 더 성공하려면 일본사회 속으로 파고들고 오랜 기간 한 가지 일을 지속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 되어야 한다. 수확은 세월의 길이와 비례한다. 시간을 들여 뜸을 들인 밥이 맛있는 법이다. 맛있고 영양가 있는 포도송이가 만들어지려면 1년이 필요하다. 99엔 샾에서 사와서 렌지로 데운 밥이 맛있을 리 없다. 공짜는 없다. 길게 살 생각을 하고 자기 계발과 경력개발에 신경을 써야한다. 단순히 외국인 기술자나 평범한 외국인으로서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오랫동안 경력을 쌓아도 한 때다. 10년후에도 별로 나아지지도 않고 오히려 대우는 더 나빠진다. 냄비근성은 버려야 한다. 일본사회에 파고 들어야 한다. 일본사람들의 숨소리만 들어도 눈 빛만 보아도 무슨 생각하는 지 알 정도가 되어도 일본인들과 경쟁해서 더 잘 나가기에는 역부족이다. 굴고 짧게 살기에는 인생이 턱없이 길다. 노령화사회는 점점 더 노령화되고 있다. 80살 이상 살기 위해 오늘 준비해야 한다. 젊을 때 모은 돈은 오래가지 못한다. 지금 당장 많은 돈을 모으기 보다는 10년 후에 남보다 앞서 있는 나를 발견하기 위해 오늘 생각을 바꾸고 계획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 꿈이 필요하다. 꿈을 이상으로, 이상을 신념으로, 신념을 계획으로, 계획을 실행으로, 실행을 성과로, 성과를 행복의 밑천으로 바꾸어가야 한다. 오늘 스스로 성공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통령이 되는 것은 어제의 낡은 성공모델이고 빛바랜 성공신화다. 국가의 수준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슬픈 역사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내일의 희망을 만듭시다. - 아시아의 시대 -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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