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이즈미 전 총리, 지역구 차남 승계 논란 |
정계은퇴를 전격 선언한 고이즈미 일본의 준이치로(小泉純一郞.66) 전 총리가 지역구를 차남(27)에게 물려줘 논란을 빚고 있다.
자민당을 깨부숴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내세워 총재와 총리까지 오른 그가 정작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자민당의 다른 세습의원들과 마찬가지로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것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27일 지역구인 가나가와(神柰川)현 요코스카(橫須賀)에서 열린 지지자 모임에서 "총리를 지냄으로써 국회의원으로서의 역할은 끝났다.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정계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의 지역구 계승자로 차남인 신지로(進次郞.27)씨를 지목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신지로씨는 인사말을 통해 "다음 총선에 입후보하기로 결심을 굳혔다"고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지지를 부탁했다.
이날 모임은 마치 고이즈미가(家)의 의원직 인수식을 연상케 했다는 후문이다.
조부와 부친이 내리 중의원을 지낸 가문 출신의 세습의원 3세인 고이즈미 전 총리가 차남에게 지역구를 물려주게 되면 가업(家業)인 정치가 4대째로 대물림되게 된다.
전후 3번째 장수 기록인 5년 5개월간의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꾸준히 '재등판'이 거론될 정도로 국민적 인기가 높은 그의 후광으로 차남이 차기 중의원 선거에 나설 경우 당선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말도 들린다.
고이즈미가가 대를 이어 다져온 탄탄한 지역적 기반에다 지역 맹주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이라는 일본 유권자들의 특이한 성향 등이 어우러져 별다른 어려움이 없이 의원 배지를 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지역구에서 내리 12선을 했다. 영국 유학 중인 1969년 부친의 갑작스런 서거로 귀국해 자민당 공천으로 출마했다 비록 낙선하긴 했지만 다음번 총선부터 한 번도 패배를 경험한 적이 없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자신이 처음 출마했던 나이가 27세라며, 차남이 같은 나이에 정치에 입문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역구를 물려받아 장차 총리 자리까지 올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와 같은 '부자 총리'의 기록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장남은 연예계에 진출, 탤런트 등으로 활약하는 등 정치에 관심이 없어 차남을 옹립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남 신지로씨는 다른 세습의원들의 정계 진출 과정에서 가장 흔한 경력인 부친의 개인 비서를 역임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전 총리의 지역구 인계는 다음 달 초로 예상되고 있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에 역풍으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사장은 '헨진(變人) 재상'으로 불렸던 고이즈미 전 총리의 의원직 세습에 대해 "고이즈미 전 총리는 별난 사람이 아닌 극히 평범한 아버지에 불과할 뿐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지난주 출범한 아소 다로(麻生太郞) 내각이 전직 총리의 2세를 비롯한 세습의원들을 대거 기용한 데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세습 정치인 문제가 자칫 총선의 논쟁거리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아소 내각에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의 장남인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曾根弘文) 참의원이 외무상,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의 차녀인 오부치 유코(小淵優子.34)씨가 전후 최연소 각료로 소자화(少子化) 담당상에 취임했다. (도쿄=연합뉴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