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1.20 20:58
수정 : 2009.01.20 21:13
[일본 불황 2제]
430사 229조엔 쌓아놔…기업은 부정적
세계적 경기침체를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선풍이 이는 일본에서 그동안 엄청나게 쌓아놓은 대기업의 내부유보금을 고용대책에 활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 등 노동단체들은 “대기업들이 많은 내부 유보금을 쌓아놓고 비정규직 해고에 앞장서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무시한 행동”이라며 내부유보금으로 고용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0일 전했다. 요사노 가오루 경제재정담당상도 19일 “수조엔이나 내부유보금을 보유한 기업이 시급 1천엔에도 안 되는 일자리를 간단히 빼앗는 것이 정당한 것이냐”며 응원사격을 보냈다.
전국노동조합총연합(전노련)의 조사자료를 보면 2007년 자본금 10억엔 이상인 430개사의 내부유보금은 229조엔으로 경기확대 국면이 시작된 2002년도(167조엔)에 비해 1.3배 늘어났다. 특히 일본 경제를 이끌어온 자동차와 전기업체 등 16개사의 경우 경기확대 국면에서 막대한 이익을 남겨 2008년 현재 33조6천억엔의 유보금을 쌓아놓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2001년 17조엔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올 3월까지 자동차회사 등을 중심으로 대기업에서 8만5천명의 비정규직이 해고될 것이라는 조사결과도 나오고 있다. 일본 자동차 12개사가 올해 안에 해고할 비정규직 수는 2만3천명에 이른다.
2001년에 비해 2배가 늘어난 12조3천억엔의 유보금을 보유한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3월까지 기간종업원(일정 기간만 계약해 채용하는 비정규직)을 3천명 줄일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올 여름까지 나머지 1500명도 완전히 없앨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한 자동차 기업의 노조 간부는 “종업원은 이제까지 잔업이나 휴일 출근으로 회사의 성장에 공헌했다”며 “예상치 못한 사태에 직면한 지금이야말로 경영자원을 더욱 인건비에 활용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대기업들은 내부유보금 활용론에 탐탁치 않은 반응을 보인다. 한 대기업 간부는 “내부유보금은 국제 경쟁력 유지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내부유보금은 자본에 편입돼 있어, 활용에는 일정한 절차가 필요해 시간도 걸린다는 주장도 나온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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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부유보금
이익에서 주주 배당과 이사들의 상여금, 세금 등을 제외하고 남은 분을 장래 투자를 위해 사내에 쌓아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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