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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27 10:07 수정 : 2009.01.27 10:07

일본이 부동산 거품에 이어 수출 거품이 터지면서 당혹해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6일 보도했다.

일본은 미국과 유럽을 짓누르고 있는 주택거품와 신용 붕괴를 대체로 피해갔지만 최근 경제가 빠르게 뒷걸음을 치면서 경제전문가들과 기업 경영인들 사이에서 바야흐로 수출 거품이 터지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

지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일본의 제조업은 자동차와 전자제품에 대한 해외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호황을 누렸다. 미국 소비자들이 주택 가격 상승으로 지출을 크게 늘린 것도 해외 수요 확대에 일조한 요인이다.

일본 공산품은 엔화의 약세가 겹쳐 경쟁력이 더욱 커졌고 그 덕분에 도요타와 소니와 같은 대기업들의 엔화 기준 매출과 이익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강한 수출 덕분에 지난 10여년간 부진했던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자 일본에서는 안도하는 분위기가 짙었지만 정작 경제구조가 해외 수요의 변동에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를 깨닫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수십년간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수요를 진작하라는 충고를 받았지만 이를 실천하지 않았다. 중국과 같은 저임금 국가와의 경쟁 때문에 국내 노동자의 임금은 계속 묶이는 바람에 소비가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수출은 2002년 이후 6년동안 74%가 늘어났지만 국내의 소비는 겨우 6.6%가 늘어났을 뿐이다. 소비 둔화는 막대한 재정적자와 정치적인 이유로 정부가 과감한 정책을 취하지 못한 탓도 있다.

미국 소비자들이 물 쓰듯 하는 소비 행태를 중단하자 세계 2위 규모인 일본 경제의 상황은 놀라울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가 감소하고 만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해 4분기의 일본 경제는 3분기보다 더욱 악화된 것으로 추정하면서 미국보다 하강 속도가 더욱 가파르다고 보고 있다.

물론 수출 침체는 일본만의 현상은 아니다. 싱가포르와 한국 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도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유럽 최대의 수출국인 독일도 지난해 11월의 수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9.1%, 10월에 비해 10.7%가 각각 감소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신규 주문은 11월에 무려 27%가 줄었다. BMW와 다임러 벤츠 같은 자동차 업체들도 미국에서 판매가 부진하고 기계산업의 신흥시장 수출도 비틀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수출이 침체하면서 그 여파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비용 감축을 위해 인력을 대거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조업시간도 단축하고 있다.

소니는 이번 회계연도에 14년만의 첫 손실을 낼 것 같다고 말하고 있고 도요타는 세계 1위의 자동차회사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70년만의 첫 경상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엔화가 달러와 유로등 주요 통화에 강세로 전환한 것도 수출업체들을 괴롭히는 요인. 지난 2007년 120엔까지 치솟았던 엔-달러 환율은 미국이 금리를 제로(0)에 가까운 수준으로 내리면서 현재 89엔을 밑돌고 있다.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일본의 실업률은 수출 침체로 몇달 뒤에는 상승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고 소비자 지출은 냉각돼 있어 경제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일본 중앙은행은 3월31일로 끝나는 회계연도의 성장률은 마이너스 1,8%, 다음 회계연도의 성장률은 마이너스 2%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예상이 현실화된다면 일본 경제는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뒷걸음을 치게 되는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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