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장기집권 흔들리는 자민당] (하) 민주당 수권능력 점검
일본의 제1 야당인 민주당이 여론조사 결과대로 자민당 독주체제를 무너뜨리고 정권교체를 한다면, 과연 정권유지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가.
공약집행 재원도 부담‘단명 내각’ 가능성도 민주당이 과반수를 얻어 단독으로 정권을 수립한다고 해도, 정치 신인이 많은데다 정권운영 경험이 전무해 안정적인 정국운영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자칫하면 1993년 8월 비자민 정권으로 출범했다가 8개월 만에 무너진 ‘호소카와 내각’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이오 준 정책연구대학원 교수(정치학)는 최근 포린프레스센터 강연에서 “과반수를 획득한다고 해도 초선 의원이 많아 정국운영이 상당히 불안정해질 우려도 있다”며 “정국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한 것처럼, 2010년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해 ‘역 뒤틀린 국회’가 되면서 오자와 총리가 현재의 자민당 총리와 같은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단독 과반수 획득에 미달해 사민당, 국민신당 등 다른 야당과 연정을 꾸릴 경우에는 민주당 정권은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다. 1993년 호소카와 정권은 자민당과 공산당을 제외한 8개 정당·정파의 결집체였으나, 정당간 의견조정에 시간을 빼앗겨 제대로 된 개혁을 시도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다가 8개월 만에 정권을 자민당에 반납했다. 이에 따라 총선 이후 민주당을 해체해 자민당 탈당그룹과 통합한 뒤 보수신당을 결성해 정권 안정을 꾀하는 정계개편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특히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대표가 1993년 비자민 정권 출범의 산파역인 데다, 그 이후 3개 정당 창당과 해체를 거치면서 줄곧 정계의 판갈이에 깊이 간여해왔다는 점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민주당이 지난해 공표한 매니페스토(정권공약) 이행에 따른 막대한 재원 마련도 문제다. 민주당은 어린이 수당 지급, 연금제도 개혁, 고속도로 무료화, 휘발유세 잠정세율 폐지 등을 4년간에 걸쳐 이행할 선거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공약이행에는 무려 20조5천억엔이 소요된다. 논란인 정액급부금 예산 2조엔보다 10배 이상이 많은 액수이다. 뚜렷한 재원대책이 없으면, 정액급부금 논란처럼 선심공약 논쟁에 빠져 정권의 발목을 잡을 소지가 다분하다. 나카지마 아쓰시 미즈호종합연구소 수석경제분석가는 “낭비요소 삭감만으로 새로운 정책실현에 필요한 20조엔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고 지적했다. 대미관계 재구축도 ‘민주당 정권’에 큰 숙제다. 자민당 정권 아래에서는 아무리 총리가 바뀌어도 ‘미-일 밀월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민주당은 외교와 안보문제에서는 미국과 거리감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특히 오자와 대표는 인도양급유활동 지원 등 미국 일변도의 외교안보 정책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해 왔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대미관계를 중시하고 자위대의 국외활동에 찬성하는 우파의원들이 상당수 포진해, 기존 밀월관계를 넘어선 새로운 동맹관계 구축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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