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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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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지도부 전복 가속조짐
우정민영화 비판에 발끈…당 ‘분열’
“정계복귀-영향력 제한적” 분석 무성
일본 자민당 소속의 전·현직 총리가 서로 공개비난하며, 아소 다로 내각의 조기붕괴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자민당이 정권 말기의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자부하는 우정민영화를 비판한 아소 다로 총리에 대해 12일 “화가 나기보다는 웃음이 날 정도로 어이없다”며 직격탄을 날려 파문이 일고 있다. 그는 특히 논란이 되는 정액급부금에 대해서도 “(이를 지급하기 위해 필요한 관련 법안이) 중의원에서 3분의 2를 동원해서라도 가결해야 할 법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혀, 정액급부금 국회 통과에 암운을 드리웠다. 고이즈미는 또 아소 총리가 자신을 ‘이상한 사람·기이한 사람’이라고 칭한 것에 대해서도 “스스로 상식에 입각해 행동하는 보통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현재 참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경기활성화와 소비진작을 위해 1인당 1만2천~2만엔을 지급하는 정액급부금을 놓고 예산 관련 법안 통과에 반대하고 있어, 자민당은 중의원에서 출석 의원 3분의 2의 찬성으로 재가결해야만 한다. 현재 자민당 안에 포진된 고이즈미 추종파 중 16명만 반란표를 던지면 법안 처리가 불가능해진다. 중의원 재가결이 무산될 경우, 아소 총리가 ‘타의’에 의해 총리직을 물러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어, 총선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일본 국민 70%가량은 정액급부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보인다. 아소에 대한 고이즈미의 비난은 탈구조 개혁노선에 대한 조직적 경고로 풀이된다. 고이즈미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대표에 이어 총리에 어울리는 두번째 정치인으로 꼽힐 정도로 여전히 국민적 인기가 높다. 그가 정계은퇴를 취소하고 정계에 복귀할 경우 여권은 고이즈미를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아소 총리에게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나카가와 히데나오 전 간사장과 당내 최대 계파인 마치무라파 재선의원 모임에서는 “아소 총리의 발언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 “지역구에서는 ‘아소 총리가 지휘하는 총선에서 자민당을 지지할 수 없다’는 말들이 나온다”는 등 아소 총리를 성토하는 말들이 터져나왔다. 고이즈미 발언의 폭발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신중론도 우세하다. 아소 총리 진영이 차기 중의원 선거의 공천권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반아소쪽 의원들의 행보가 자유롭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아소 총리는 12일 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러가지 비판이 있다고 들었고, 발언에는 신중을 기했으면 좋겠다”며 “지금 정책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경기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정면 대결을 피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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