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2.16 20:32
수정 : 2009.02.17 17:17
|
일본 경제성장률 추이
|
작년 4분기 성장률 -3.3%…74년이후 최저치
세계경제 침체·엔화강세로 수출·내수 겹시름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이 끝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동반 침체와 엔화 초강세로 인한 무역적자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1990년대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거품이 터지면서 ‘10년 불황’을 겪은 ‘일본호’가 다시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고 있는 것이다.
일본 내각부는 16일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3.3%(연율로 -12.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오일 쇼크’를 겪은 1974년 1분기에 -3.4%를 기록한 이후, 3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요사노 가오루 경제재정상은 이날 “전후 최대의 경제위기”라며 “세계적인 대조정이 불가피하며 일본도 구조전환의 고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일본 경제의 ‘아킬레스건’은 한때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수출이다. 지난 4분기 상품과 서비스의 순수출(수출에서 수입을 뺌)이 -13.9%를 기록하면서 경제를 끌어내렸다. 전세계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로 수요가 크게 주는 가운데 엔화 강세마저 겹치면서 일본의 수출이 급락하고 있다. 주요국의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가운데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지난 한해 20% 가까이나 상승했다. 이런 요인들로 12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5%나 하락했다.
일본 경제의 55%를 차지하는 내수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3분기엔 소폭(0.3%)이나마 소비가 증가했지만 4분기엔 0.4% 감소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총 50조엔(약 777조원)의 경기부양책을 내놨지만, 효과가 거의 없다. 일본 정부는 30조엔 규모의 3차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정적자가 심각한 수준인 일본 정부가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정책 수단이 거의 바닥난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는 주요7개국(G7) 가운데 가장 높은 170%에 이른다고 <블룸버그 뉴스>가 전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