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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20 14:46 수정 : 2009.02.20 14:46

아시아 방문의 첫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했던 아메리카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인도네시아를 거처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일본을 방문했을 때 빈사(瀕死) 상태인 아소정권을 상대로 여러가지 퍼포먼스를 벌여 마음(?)을 사로잡았죠.

메이지 신궁(神宮)을 방문해 그 참배 예식대로 참배하고 자민당이 제일 좋아하는 이른바 납치문제를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선물은 미일 정상회담의 일정을 알려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본의 아프카니스탄 파병 문제, 아메리카 軍 기지 이전 문제 그리고 비틀거리는 미국 경제를 위해 일본의 강력한 서포트를 요구하는 등 많은 숙제를 안겨주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아소 수상의 행보를 보고 강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지지율 10% 전반, 국회에서는 야당은 물론 자신이 총재를 하고 있는 자민당까지 아소수상에 대한 비판의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는 상태의 아소우 수상이 왠지 스위스 산장의 다보스 회의까지 강행군.

이런 상황이라면, 경제가 우선이라는 아소수상의 말대로 우선 추경 예산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고 그것을 시행해, 본예산안을 조기에 성립시키기 위한 정책을 가다듬거나 붕괴 상태가 되어 가고 있는 자민당 내를 정리하기 위해서 자신에게 호의적인 당의 중진들을 끌어안고, 파벌을 굳히고, 반대파를 한 명씩 호출해 설득하는 등의 중요한 일정들이 본연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다보스 회의는 유엔 총회도 아니며, 결국은 부자 재계 인사들의 동료들이 모인 회의로, 그러한 사람들이 위세가 좋아, 정치가도 끌어당기는 등의 2류 회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 가서 자신의 자랑이야기를 하며, “나에게는 신념이 있습니다”라는 말을 했지만, 신념도 전혀 없고, 정책은 오락가락하고 있는 그가 무슨 신념이 있다고 하는 건지, 그리고 며칠 전에는 갑자기 러시아의 사할린까지 가서 메드베제프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습니다. 특별한 현안도 없었고 회담 결과도 없고, 결국 러시아의 실세인 푸틴 수상이 5월 일본을 방문하기로 했다는 약속을 얻어내 대단히 만족하며, 기자 회견에서 푸친 대통령(?)이 오기로 했습니다라는 실수를 하고 말았죠,

국내에 기반이 약하다던가 내정이 혼란하고 내밀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는 대부분의 정권이 뜬금없는 ‘외교 행각’으로 텔레비전 영상 전략을 내보냅니다. 뭔가 하는것 같이 보이기 위해서입니다. 누가 봐도 레임덕 상태가 된 아소수상을 메드베제프 대통령도 오바마 대통령도 지금의 시점에서 정상회담을 승낙하기는커녕, 오히려 초대하는 것은, 난처한 상황에 있는 아소수상을 외교로 점수를 벌게 해 주어야지 하는 인정이 있는 건가?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의 상황으로는 각국이 그렇게 쓸데없는 일로 신경을 쓸 여유가 없죠. 아메리카와 러시아라고 하는 초강대국이 아소수상을 적극적으로 부르는 것은, 비틀거리고 하나라도 아쉬운 정권에게 다음 정권이 들어서기 전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언질을 받는가던가, 조약에 싸인을 하게 만들려는 생각입니다. 다음 정권이 혁명 정권이 아닌 이상 과거의 負의 유산에 대해서라도 약속을 완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것도 아메리카, 러시아 등의 초강대국이라면 더욱 그렇죠.

이전 일본의 프랑스 대사관 주최로 열린 대혁명 기념 파티에 갔을 때도 그랬고 중국 건국 기념식에 갔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평소에 외교, 국제 문제 등과는 전혀 관계없는 정치가들이 대거 참가한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지역구민과 한잔 마시는 것으로 지역에 길을 닦아 주는 일, 다리 놓아주는 일(물론 업자와의 유착이 전제된)에만 정성을 들이는 국내 지향적인 정치가나 평소에는 국회에서 질문하나도 제대로 못하고, 법안하나 제출한 적이 없이 권위의식만 잔뜩 들어간 능력이 없는 정치가가 외교를 엄청 좋아한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프랑스 대혁명 기념파티에는,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과 상관없는, 도리어 시대에 뒤떨어진 반공정신, 성별, 인종에 대한 차별 발언을 밥 먹듯 하는 수구보수 정치인들이 대거 참가한 것을 보고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를 않았습니다. 이러한 정치가들이 외교의 장소에 참가하기 좋아하는 것은 물론 자기만족도 있기는 하지만, 아무리 이상하고 몰상식한 발언도 외무성의 공무원이 멋진 영어와 내용으로, 정확한 통역을 해 주기 때문입니다.

내용에 맥락도 없고, 분위기 파악도 못하는 차별 발언 등도 훌륭한 ‘스테이트먼트’로 바꾸어줍니다. 전에 북유럽의 어느 나라 대사관 주최의 모임에 참석했을 때, 일본의 한 정치가가 “여자는 자고로 쭉쭉빵빵해야 여자인 것처럼” 어쩌고 하는 발언을 태연히 했습니다. 그러자 통역을 하고 있던 외무성 직원이 ‘쭉쭉빵빵’을 ‘graceful’ 어쩌고 통역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러니 무능한 정치가에게 있어서, ‘외교’는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게 해주는 유일한 분야가 됩니다. 그리고 통역을 해 주는 공무원은 전부가 반드시 엘리트 코스를 걷고 있는 것은 아니고, 그에 있어서도, 여당 정치가가 자신에게 의지하고, 높게 평가해 주는 것은 자신의 자부심을 만족시키는 유일한 기회가 됩니다.

거기서, ‘삼류 정치가’와 야심에 넘친 ‘이류 관료’의 멋진 페어가 탄생하는 것이죠, 이런것으로 지금까지 외무성을 중심으로 전개된 정치 스캔들로 이어지고, 일본 외교는 어디까지나 대 아메리카 일변도의 행태를 벗어나기 힘든 것입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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