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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26 14:02 수정 : 2009.02.26 14:02

한국분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알 수없는 과거의 영광’을 강조하는 분들이 많은 것을 느낍니다. “우리 몇 대조 할아버지가 이조판서였다.” “우리 누구누구 조상님은 정승이었다.”라고 시작해, 최근의 이야기로는 “우리집이 이북에 있을 때 평양의 대동문 바깥땅이 전부 우리땅이었다.”등등. 그게 진실인지 아닌지를 떠나 많은 분들이 그 옛날에 금송아지 매놓고 살던 분들의 자손들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알 수없는 과거의 영광’을 자주 들먹이며 한번씩 꺼내어 쓱쓱 닦는 것을 대단히 좋아하는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냥 사람 사는 사회라면 보통 정도인 생활속의 습관을 갈고 닦아 미화해, ‘일본특유의’라던가 ‘세계가 감탄하는 일본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찬란히 빛나온’ 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우러러보게 만드는 기술에 대해서는 정말로 감탄이 나오죠.

얼마 전 텔레비젼를 보니 어딘가 지방의 풍광을 소개하며,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를 가진 것은 우리 일본 독특의 은혜 받은 모습이다.’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할말이 없더군요. 그렇지만 이 말은 꼭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 니 팔뚝 굵다!


외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일본인들조차도 흔히 가지고 있는 오해중 하나가, 이른바 ‘사무라이’라는 말과 거기에 대한 인식입니다. 사무라이 정신으로라던가 사무라이 문화 어쩌고 하는 이야기들은 흔히 들으며 정신 수련과 무술이 경지에 도달해있고 정의를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버리며, 비겁한 행동은 하지 않고 ‘셋부쿠’라고 불리는 자해 행위가 당연했던 줄 아는 그런 ‘왜곡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진짜 할복을 한 사무라이라고 불리는 사람은 역사상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입니다. 대부분은 배에 칼을 대는 척 하면 뒤에서 형 집행인이 ‘카이샤쿠’라고 해서 목을 치죠. 한국분들 중에도 미화된 ‘칼싸움 영화’를 많이 본 탓에 사무라이에 대해 왠지 멋진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반일정신으로 사뭇 무장한 분들도 태연하게 ‘독고다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들을 때는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가기 싫다고 울고불고 뒹구는 젊은 사람들을 때리고 술먹이고 히로뽕이라고 불리는 마약까지 주사해 가면서 억지로 사지(死地)로 몰아넣은 비극인 일이었던 것입니다. 그런 일본 제국주의의 광적인 행태로 썩어 냄새나는 일면을 왜 한국분들이, “그저 독고다이 정신으로 말이야.” “난 원래 독고다이라서 좀 까칠하거든” 어쩌고 라는 말을 하시는지 궁금해 잠이 오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아 또 이야기가 옆으로 샌 것 같습니다. 실례했습니다.

사무라이 이야기로 돌아가서, 사무라이는 일본 고대부터 중세에 걸친 관리의 신분을 말하는 호칭입니다. 원래는 유력 귀족이나 고위 관리의 시중드는 관리들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칼 잘 쓰는 관리를 가리키는 의미가 많아졌습니다. 더 엄격하게 이야기 하면 ‘기마전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계층의 무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당시 기마전투를 할 수 있는 계층이란, 영주의 신뢰를 받은 계층으로 그만큼의 재력 또한 보유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계층이었죠. 그렇지만 시대가 흘러 칼 좀 쓸 줄 안다는 사람들이 많아져 재야의 무사(쉽게 말하면 ‘동네건달’)등도 사무라이 취급을 받게 되었죠.

일본이 정식으로(?) 인구조사를 한 것은,1721년이라고 합니다. 당시의 조사에 의하면 진짜 사무라이 계층의 비율은 약 5%에서 7%였습니다. 에도(지금의 도쿄)는 막부가 있는 그 정치적 특수성으로 약 35%정도였고, 지금의 큐우슈우 지역 등은 반농반무(半農半武)가 많아 사무라이가 10%대로 그래도 높았습니다만 그 외의 지역들은 일반적으로 농민이80%, 사무라이는7%정도이며 나머지는 상인, 천민 등이었습니다. 이렇게 당시 살고 있던 사람들의 극소수 밖에 몰랐던 계층의 습관이나 이름이 왜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코드가 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것 역시 ‘금송아지’정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지금 일본에서는 각 매스컴 마다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 대한 뉴스가 어느 채널을 틀어도 춤을 추고 있습니다. 이번 일본 대표팀의 닉네임이 ‘사무라이 재팬’이라고 하는군요. 일본 극우 보수의 코드인 요미우리자이언츠의 감독 하라씨가 감독을 맡고 있는 이 대표팀에 대해 각 매스컴은 연일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앞 다투어 보도하며 ‘사무라이재팬’이란 단어를 연발하고 있습니다.

연습 경기에서 하다못해 평범한 외야 플라이를 처리한 ‘사무라이 재팬’의 외야수를 그야 말로 입이 마르고 닳도록 칭찬하며 ‘폼이 예술적이다’ ‘역시 누구누구다’하며, 스튜디오에 모인 사람들은 한 사람당 평균 3, 4회의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그러면서 더욱 황당한 것은 경제 전문가들이 좋아하는 이른바 ‘경제효과’에 대해서 침을 튀기며 이야기 합니다. 이번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일본팀이 우승할 경우, 일본에서의 그 경제효과는 약 500억 엔이라고 하며, 이것으로 일본 경기가 되살아나고 나아가서 세계경기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소리를 하고 있죠.

현재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비활성화를 위한 법안 즉, 국민 한사람 당 약 12000엔에서 17000엔씩 나누어 준다는 특별 급부금의 건입니다만, 이것에 약 2조 700억엔의 예산이 들어가게 됩니다. 간단히 말하면 즉 2조 700억원의 돈이 돌게 된다는 이야기이죠. 그러면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경기로 예상되는 효과 약 500억 엔으로 일본 경기가 활성화되고 세계 경기에 까지 좋은 영향을 끼친다면 2조 700억원의 돈이 돌면 세계를 떠나서 우주의 경기도 좋아지겠군요.

물론, 이들 두 가지의 현금의 흐름은 다소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는 할 수없지만, 세계 경제 운운은 좀 무리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재계, 스포츠계가 연결된 상업쇼라 하더라도 요미우리 자이언츠 그리고 사무라이 라는 말만 들어가면 무조건 흥분하고 호의적이 되는 이 ‘금송아지’정신은 어디까지 계속될는지 뭐, 우주의 경기까지 좋아진다면 할 수없습니다만.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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