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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11 17:05 수정 : 2009.05.11 17:05

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가 11일 대표직을 사퇴키로 한 것은 자신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당 지지율을 끌어내리면서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목표로 제시했던 정권교체의 최대 걸림돌로 부상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날 오전 공개된 요미우리(讀賣)신문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가 대표직을 계속 맡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응답이 71%로 "납득할 수 있다"는 응답(22%)을 크게 웃돌았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내각에 대한 지지율도 28.7%로 4월초 조사보다 4.4% 상승했다.

올해들어 한자릿수까지 추락했던 아소 총리 내각의 지지율이 오자와 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제기된 이후 속속 상승하고 있는 만큼 더는 대표직을 맡을 수 없는 한계 상황에 부닥친 것으로 그 자신이 스스로 판단한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자신이 대표직을 사퇴함으로써 민주당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는 자신과의 고리를 끊어 민주당의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리면 차기 총선에서의 승리를 다시 도모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당내의 사퇴론이 더 확산하기 전에 스스로 대표직을 떠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역으로 앞으로도 당내에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오자와 대표 주변에서는 계산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오자와 대표의 사퇴가 추락하고 있는 민주당의 지지율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현 단계에서는 미지수다.

그동안 민주당이 2007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이후 정국 주도권을 장악한 과정에서 오자와 대표가 보여준 리더십이 워낙 강한 만큼 그를 대신해 당을 이끌만한 강력한 지도자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도 민주당으로서는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부대표,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대행,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사장 등이 차기 주자로 분류되고 있지만, 오자와 대표에 비해서는 당이나 정국 장악능력이 열악한 상황이다.

또 오자와 대표가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정경유착 타파"를 내걸고 대여 공세를 벌여온 민주당 대표가 건설업계와 깊은 유착관계를 맺어왔다는 의혹을 완전히 불식시키기 어렵다는 점도 민주당으로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결국 "정치자금 문제에서는 여당뿐 아니라 민주당도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강해진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이 완화되지 않을 경우엔 여야간 역전된 지지율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자와 대표가 이런 국민정서를 고려, 기업이나 단체로부터의 정치자금 수수 전면 금지 및 의원 선거구 세습 금지 등 강도 높은 개혁안을 내걸었지만 일본 국민은 "차기 선거를 겨냥한 정치 쇼"라는 측면에 비중을 두면서 오자와 대표의 사퇴론이 수그러들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아소 총리와 집권 자민당으로서도 오자와 대표의 대표직 사퇴 의사 표명으로 인해 앞으로의 정국 운영 방향을 전면 재점검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동안 자력이라기보다는 오자와 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나 북한의 로켓 발사, 대한항공 폭파 사건의 장본인인 김현희씨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 유족과의 면담을 중심으로 한 북풍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지지율 제고가 이뤄진 측면이 강했기 때문이다.

아소 총리나 앞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린 자체 동력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차기 중의원 선거의 승패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정국이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지지율이 회복되면서 오는 9월 만료되는 중의원 임기 이전에 가장 적절한 시점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하려 하고 있는 아소 총리 입장에서는 오자와 대표의 사퇴에 따라 후임 대표 선출 과정 및 이후 지지율 추이 등을 고려해야 할 변수가 더욱 많아졌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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