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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민주당 집권’ 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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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30일 일본 총선에서 정권교체가 실현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민주당 정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겨레>는 일본 각 정당에 많은 정책 조언을 해온 대표적 정치학자 이오 준 정책연구대학원 교수와 한반도 전문가인 기미야 다다시 교수를 인터뷰해 총선과 민주당 집권 뒤 전망에 대해 점검했다.
도쿄/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 이오 준 정책연구대학원 교수
“총선 압승땐 장기집권 전망”
북-미 관계 진전땐 협상노선 바뀔수도
한일강제병합 100주년땐 사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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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 준 정책연구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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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 교수는 민주당이 단독 과반수가 넘는 압승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며, 민주당이 집권 이후 정권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상당기간 집권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정권교체가 된다면 일본 사회에 대한 영향은
“일본 사회의 전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인식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정치의 유효성을 직감하게 될 것이고, 정치 참여가 활발해질 것이다. 정권교체에 따라 사회는 확실히 개방될 것이다.
- 민주당이 집권한다면 어느 정도 지속될까
“과반수 이상을 얻어 정권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도 승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3년 동안 선거가 없다.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반격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자민당은 현재 중구난방 상태여서 선거 뒤 당재건이 쉽지 않다.”
- 1993~1994년 비자민 연립 정권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인가
“당시 자민당에게 10개월 만에 정권을 도로 내준 것은 연립이 붕괴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과반수를 획득할 기세이므로 그때와는 의미가 크게 다르다. 게다가 민주당이 현재 참의원 다수이다.”
- 자민당이 4년 전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던 때와 정반대의 상황에 처하게 된 배경은
“큰 요인의 하나는 고이즈미 시대에 열렬하게 지지했던 사람들이 자민당을 이탈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고이즈미 시대에 이미 자민당의 옛 기반이 크게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론 자민당이 장기간에 걸쳐 쇠퇴하고 있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고이즈미가 일시적으로 이를 역전했지만 이런 경향을 바꾸지는 못했다.”
- 고이즈미 구조개혁 노선을 수정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있다는 것인가
“현재 자민당은 무엇을 수정하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논의 자체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고이즈미 노선 지지파나 반대파으로부터 모두 불만을 사고 있다. 양쪽이 만족할 수 있는 부분만 통합하기 때문에 방향성이 확실하지 않다. 고이즈미 개혁은 조금 늦은 개혁이었다. 즉 1980년 때부터 계속된 개혁작업을 마무리한 것 일뿐 고령·소자화사회, 일극 집중사회 문제 등에 대해 근본적인 처방전을 내놓지 못했다. 이런 문제를 제 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에 파견사원 해고 선풍 등 문제가 생긴 것이다. 고령화시대이므로 더욱 노동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모순을 낳은 것이다.”
- 민주당이 공약이나 정책실행을 위해서는 엄청난 재정문제가 해결돼야 하는데
“민주당 정책은 과거 단체 등에 지급했던 보조금을 중단하고, 개인에게 지급하겠다는 것이므로 이익단체나 업계는 큰 타격을 받겠된다. 재원문제는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다. 정책전환이 잘 진행되면 일반사람들이 잘 알지 못했던 행정기관의 일처리 방식을 잘 알게 된다. 참의원을 야당이 장악한 국회 심의 과정에서 도로 건설 과정에서 30%가 낭비되는 게 드러났다. 이런 문제가 백일하에 드러나게 되는 게 민주당 정권의 탄생의 의미다.”
- 민주당의 주요 선거공약인 관료 개혁은 가능할까
“현재 관료들의 힘은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 않다. 오히려 일본의 행정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은 것은 정치인 개별 개입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관료들이 자신의 의지를 유지하기 힘들게 됐다. 대신이 아닌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모순된 지시를 많이 내면서 관료들이 기능부전에 빠졌다. 민주당이 정치주도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내각 주도, 대신 주도로 업계와 관료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족의원들을 배제하는 것이 목표라고 본다. 관료 개혁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어보다 관료와 정치인의 일을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둘의 일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운영이 안 되고 있다. 서로 책임 영역을 정하지 않고 정치인이 다하려고 하면 실패하고 만다.”
■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대북정책 비교적 유연해질 듯”
북-미 관계 진전땐 협상노선 바뀔수도
한일강제병합 100주년땐 사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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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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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는 “민주당이 집권하면 안정적 정권운영을 위해 대외정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돼 대외정책이 자민당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내년 한일강제병합 100주년에는 일제의 식민지배를 사죄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같은 조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 민주당 바람의 정체는 무엇인가 .
“무당파와 자민당 지지자들의 자민당에 대한 실망, 거부감이 크다. 원래 민주당을 강력히 지지하는 층은 많지 않다. 자민당 이탈표가 공산당이나 좌파 정당에 표를 던질 수 없으니 민주당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 자민당 지지층의 이탈의 배경은
“현재 자민당 지지층에는 고이즈미식 신자유주의정책 지지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혼재에 있다. 그런데 아소 다로 총리는 일관성이 없다는 인상을 준다. 예컨대 애초 우정민영화를 지지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으면서, 우정공사 사장 유임문제를 놓고 하토야마 구니오 총무상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장을 유임시킨 것만 봐도 그렇다. 아소 정권은 주요 정책을 놓고도 끊임없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확실한 지지층을 만들지 못했다. 또 한가지는 고이즈미 총리 이후 아베 신조, 후쿠다 야스오, 아소 다로 등 3명의 총리가 1년마다 교체되면서 정권담당 능력이 없다는 이미지를 심어준 점이다. 자민당의 최대무기인 정권 담당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 자민당이 4년 전 압승을 거둔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났나
“당시 자민당이 압승은 했지만 득표율을 보면 과반수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 압승한 것은 1표라도 앞서면 이기는 소선거구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고이즈미 총리는 모든 이슈를 우정민영화에 집증시키는 등 선거 쟁점을 잘 만들어 냈다. 자민당은 전통적으로 농촌에 강하고 도시에서 약한 구조였는데 고이즈미는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을 펴면서 ‘구조적인 격차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에서 도시선거에 집중해 바람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2007년 참의원 선거에서 오자와 이치로 당시 민주당 총리는 분배를 공정하게 하겠다는 옛 자민당식 선거전략을 갖고 지방을 공략해 압승을 거두면서 자민당의 지지층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
- 민주당의 탈관료 정치가 성공할 수 있을까
“문제는 재무성 중심의 예산편성 관행을 바꿔 내각이 예산편성을 강력히 주도해 공공사업, 낙하산 인사 등을 얼마만큼 통제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 오자와 이치로 대표대행, 오카다 가쓰야 간사장 등 민주당의 핵심인사들이 관료에 대해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이다. 아소 총리 등 자민당의 중심적 인물보다는 관료들에 대한 통제 능력이 있다고 본다.
- 얼마 전 나온 민주당의 정책집을 보면 대외정책은 현실노선을 취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내 문제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할지 모르지만, 외교문제는 경험이 없어 신중할 것 같다. 대미관계에서도 미국과 큰 마찰은 없을 것이다.”
- 대북정책도 마찬가지인가
“당장 자민당 노선과 크게 달라질 것은 어렵다고 본다. 민주당 안에 여러 색깔이 있고, 자민당과 우익의 반대가 있기 때문에 일본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북미 관계가 진전되면 지금까지의 강경일변도보다는 협상노선으로 바뀔 가능성은 있다”
- 민주당은 종군위안부 관련 조사부서의 신설을 내걸었다
“민주당 집행부는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특히 오자와 대표대행은 보통국가를 내세워 우파나 매파 이미지가 있지만 역사문제에 관해서는 리버럴한 편이다. 문제는 민주당 안에서 우파적 사람을 어떻게 통제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
- 한국 정부의 ‘민주당 정권’ 대비책은 어떻해야 하나
“현재 이명박 정권은 대북정책에 관해 일본 강경론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게 지나치면 일본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한국의 대북보수 정책은 기본적으로 일본의 대북정책과 다르다. 이명박 정부는 대북협상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데 비해 일본의 정책은 네오콘(신보수주의) 정책에 가깝다. 일본이 오해하지 않도록 북한과 협상할 생각이 있다는 점을 잘 설득해야 한다. 아무래도 자민당보다는 민주당 쪽이 대북정책에 관해 상대적으로 자유가 있다고 본다. 당장은 북한이 강경태도를 보이고 있어 한-일간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이명박 정권이 북한과 협상에 나서려 할 때 일본이 움직이지 않으면 한국도 움직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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