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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8.29 10:42 수정 : 2009.08.29 10:42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민주당 대표가 28일 에히메현 마츠야마시에서 열린 총선 유세 도중 지지자들에 손을 흔들고 있다.마츠야마/블룸버그 연합

‘정권교체’ 폭풍전야
자민당 지원유세서 ‘민주당 압승’ 민심 인정
유권자들 실정비판 “정권교체” 목소리 높여

“자민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야당 할 각오를 다질 수밖에 없다.”

지난 26일 밤 일본 도쿄 가마타 소학교 강당에서 열린 도쿄도 제4선거구 자민당 후보 유세장. 올해 초 정계은퇴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지원유세에 나섰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연단에 등장하자마자 지원연설 대신 ‘반자민당’ 분위기를 우려하는 말부터 꺼냈다. 전직 총리마저 ‘친정’인 자민당을 비판하면서 야당 할 각오를 다지라고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민주당이 이번 돌풍을 움켜쥐고 있고, 대다수 국민들도 이런 분위기를 지지하고 있다”며 “자민당이 역풍을 맞게 된 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신뢰까지 잃어서는 안 된다. 지금 아소 다로 총리의 당선 여부는 신경 쓸 사안도 못 된다”고 잘라 말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이날 유세에서 민주당 공약과 관련한 재원 확보의 현실성 문제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하지만, 연설 중간 중간 “최근 각 신문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가져갈 것으로 나오는 것은 자민당에 대한 식상함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반성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충고를 던졌다.

8·30 총선을 눈앞에 두고 일본 열도가 ‘바꿔’ 열풍에 휩싸여 있다. 한국의 자유당 정권 말기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야당 구호처럼 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이 내세운 정권교체 구호의 위력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주부, 직장인, 자영업자 등 <한겨레>가 만난 도쿄와 요코하마 등 수도권의 유권자들은 한결같이 “자민당으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도쿄 미나토구의 출판사에서 근무하는 다카코 코쿠부(40)는 28일 “나는 무당파지만, 자민당 실정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취직을 못 하고 있는 현실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이번 선거로 집권당을 갈아치워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 중심가 이치가야에 거주하는 주부 사사가와 에이코(41)는 “최근 10여년 이상 국내 경기가 장기불황에 접어들면서, 가계 살림도 엉망진창이 돼버렸다”며 “나뿐만 아니라 주위에서도 이번 선거로 ‘확 바꿔야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도쿄 인근 요코하마에서 맥주집을 운영하는 시모죠우 에미코(56)는 “경기부진에다 지난해 손님들 상당수가 실업자로 전락하면서 매상이 60% 이상 격감했다”면서 “이전에는 종업원을 2명이나 뒀지만, 지금은 나 혼자서 주문받고 요리하고 있다”고 자민당의 실정을 비판했다. 그는 “주변에서 온통 ‘시고토가 나이’(직업이 없다)라며 울부짖고 있다. 정말 못살겠다”며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무조건 민주당을 찍겠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민주당 공약과 관련한 재원 마련 현실성 부족을 꼬집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쿄 인근 가와사키의 한 중견기업체의 중역이라고 밝힌 우에치 도시모리(58)는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나 고교까지 무상 교육실시 등 일부 항목에서는 장밋빛 공약 냄새가 짙다”면서 “민주당이 집권해도 다른 정당과 연정을 하겠다고 한 만큼, 민생 챙기기는 도외시하고 자리 나눠 먹기 등 이전의 자민당 구태가 재현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도쿄/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28일 일본 도쿄의 한 공원에서 실직자로 보이는 이가 소지품을 들고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7월 완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인 5.7%에 이르렀다고 이날 밝혔다. 디플레이션과 가계 소비 감소까지 겹쳐 일본 경제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어 30일 총선에서 집권 자민당의 참패가 예상된다.도쿄/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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