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민주당의 승리는 점쳐지고 있었습니다만, 이정도의 대승리를 거둘 줄은 민주당 자신도 예상하지 못 했습니다. 이번 승리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경제 문제입니다. 작년 말 이래의 세계적 경제 불황에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던 아소 내각은 선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도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결국 총선거 직전, 실업률 5.7%라는 고도 성장기 이후, 최대의 실업률 숫자가 발표되며 현 집권당은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둘째는, 고이즈미 정권 이래, 일본 사회의 근간을 이루어 오던 `일억 총 중산층`의 신화가 깨진 후유증입니다. 어느 정도의 사회 보장, 복지 정책을 갖추어온 일본이 그런 것들이 붕괴되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기는커녕, 아소 총리는 며칠 전 연설회에서 젊은이들의 실업률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경제적 곤궁으로 가정을 가질 꿈을 포기하거나, 설혹, 결혼을 하더라도 장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자녀를 갖지 못하는 젊은 세대의 현실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질문에 대해, “돈 없는 ‘젊은 놈’들은 결혼도 하지마라(일만해라)”라는 망언을 내뱉기도 했습니다. 젊은 남녀라면 누구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고 서로 위해 주며 살아가는 것이 특별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국가는 개개인의 행복과 인간답게 살 권리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 정책을 제대로 내놓지도 못하며 단기적 단순 육체노동 자리를 몇 개 마련해 놓고 ‘없는 놈’은 결혼도 하지 말고 여기와 일이나 열심히 해라라고 말하는 것은 한 나라를 책임진 수상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닙니다. 셋째는, 1955년 이래 지속되어온 고도성장 위주의 자민당 정치에 국민들이 염증을 느끼기 시작한 것도 그 이유입니다. 필요 없는 댐, 인적이 드문 곳에 고속도로 만들기 등의 각종 토목공사, 대규모 중공업, 자동차 수출 등으로 성장해온 정책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사회 복지 문제, 실업 문제에 대해, 새로 고속도로를 만들고, 댐을 만들어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식의 발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민주당이 정권 교체를 이루었지만, 그 갈 길은 험난할 것입니다. 정권 담당의 경험이 없이 그야말로 정열 하나로 뛰어드는 격이며, 남은 자민당 세력과 보수 기득권의 반발도 심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투표로 인한 첫 정권 교체는 변화를 바라는 일본 국민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며, 앞으로도 일본이 ‘정상적인 국가’로 변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편, 새로운 정권의 총리가 될 하토야마씨는 ‘야스쿠니 참배’는 하지 않겠다고 확실히 말했습니다. 그리고 추모 시설로 국립묘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죠. 저는 한국도 일본도 전전(戰前)의 기득권층과 그 후예들이 권력을 유지해온 이상한 상태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국가’가 되어야 양국간의 진정한 관계가 성립되며, 그것이 세계의 화약고인 동북아의 평화 정착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이제 그 ‘정상화’의 첫걸음을 내디딘 상태입니다. 그 걸음이 비록 느리고 서툴더라도 차근차근 이어져 가길 기대합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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