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5.27 22:31
수정 : 2005.05.27 22:31
‘미국이 한국을 충분히 신뢰하지 않아 일본도 한국과 북핵 정보를 공유하기 힘들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27일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야치 차관은 이날 나종일 주일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내 발언의 진의는 한-일 및 한-미-일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있었으나, 이것이 다양한 형식으로 한국에서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또한 오해를 초래했다면 유감”이라고 말했다고 외교통상부가 밝혔다.
야치 차관은 “(문제의 발언이 나온) 한국 국회 국방위원들과 조찬은 비공식 의견교환 자리였으나, 그 자리에서 한 발언이 대외적으로 밝혀진 데 대해 당혹스럽게 생각한다”며 “마치무라 노부타카 외상에게서 앞으로 발언에 신중을 기하라는 주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본 정부는 한-일 및 한-미-일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 대사는 이에 “야치 차관이 한-일 관계뿐만 아니라 한-미 관계 및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사실관계에도 부합하지 않고 외교 관례상으로도 대단히 부적합한 발언을 한 데 대해 재차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히고, “앞으로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일본 인사들이 언행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촉구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야치 차관은 나 대사에게 밝힌 내용을 이날 오후 일본 기자들에게도 설명했다.
정부는 야치 차관의 이날 언급이 26일 청와대 대변인과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요구한 ‘응분의 조처’에 해당하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외교부는 성명에서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에 필요한 적절한 조처를 요구한 바 있다.
일본이 취한 이번 조처는 사과 요구에는 야치 차관의 유감 표명으로, 적절한 조처에 대해선 마치무라 외상의 ‘주의’로 대응한 것이다. 정부의 판단 유보는 ‘미흡하다’와 ‘일정한 성의를 보였다’는 엇갈린 평가가 함께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과거사와 관련한 일본 고위 관리들의 자극적인 발언에 대해 일본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을 비롯한 사민당, 공산당은 27일 일제히 모리오카 마사히로 후생노동성 정무관의 경질을 촉구했다. 모리오카 정무관은 26일 “에이(A)급 전범은 죄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모리 요시로 전 총리도 이날 “중국과 한국은 역사교과서가 역사를 미화한다거나 정부의 반성을 담고 있지 않다고 말하지만 이는 트집잡기”라고 말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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