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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의 어머니 야스코(87·왼쪽)와 부인 미유키(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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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야스코·아내 미유키 하토야마의 최대 후원자
어머니 정계 입문시킨 뒤 돈지원
아내 배우 출신 파격적 스타일
‘대모’와 ‘태양’. 54년 자민당 장기집권 체제를 종식시키고 차기 총리로 일본을 이끌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 그의 오늘이 있기까지 곁에는 두 명의 여성이 있었다. 어머니 야스코(87·왼쪽 사진)와 부인 미유키(66·오른쪽)다. 야스코는 일본 정계에서 ‘대모’로 불린다. 물심양면으로 하토야마의 성장을 이끈 든든한 삶의 기둥이다. 야스코의 아버지가 세계 최대 자동차 타이어 회사인 브리지스톤 창업주 이시바시 쇼지로인 덕에, 야스코는 1996년 하토야마가 민주당을 창당할 때 등 막대한 정치자금을 지원했다. 정계 최대의 자산가(86억엔 추산, 약 1160억원)로 알려진 하토야마를 둘러싼 정치자금 의혹이 끊이지 않는 데는 아들보다 몇 배나 많은 재산을 보유한 어머니의 존재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논픽션 작가인 사노 신이치는 <문예춘추> 9월 기고문에서 “하토야마의 어머니 야스코는 하토야마의 여동생과 함께 개인헌금 한도액인 150만엔을 헌금했다”고 밝혔다. 야스코는 남편과 자식을 위한 헌신적 정치활동으로도 유명하다. 하토야마가 교수 생활을 접고 38살에 뒤늦게 정치를 하겠다고 말하자, 남편의 반대에도 “내가 정치를 시키겠다”며 최대 후원자로 나섰다. 하토야마가 미국 스탠퍼드대 유학 시절 유부녀인 미유키와 사랑에 빠져 결혼할 때는 미유키의 남편을 찾아가 용서를 빌었다. 그는 자식이 선거에 출마하면 집집마다 방문해 명함을 내밀고 일일이 머리를 깊숙이 숙였다고 한다. 한 의원은 “엄마가 없었다면 하토야마 유키오, 구니오 전 총무상 형제는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야스코는 자식에 대한 열정 못잖게 열성적 한류팬으로 알려졌다. 하토야마는 지난 7월 한 유세에서 “제 어머니는 85살이 넘어 한류 스타를 만나고 싶다면서 한글을 열심히 공부하셨다”고 밝힌 바 있다. “나의 태양.” 하토야마는 한 인터뷰에서 부인 미유키를 이렇게 부른다고 밝혔다. 하토야마의 표현처럼 “쾌활함에 끝이 없다”는 말이 어울리는 여성이다. 하토야마는 2002년 한 인터뷰에서 미유키가 “에너지 재충전소 같다”고도 표현했다. 스스로 ‘인생 작곡가’라 말하는 미유키는 텔레비전 쇼프로 등에도 자주 출연해, 요리는 물론 영성세계와 정치까지 다양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남편의 의상을 챙기는 ‘수석 스타일리스트’ 노릇도 그의 몫이다. 하토야마는 울긋불긋한 넥타이에 주위에서 눈총을 줘도, 아내가 골라준 넥타이라면 자랑스럽게 맨다. 최근에는 “톰 크루즈를 주인공으로 기용해 영화를 만들겠다”며 꿈을 불태우고 있다. 하토야마가 유부녀였던 미유키와 사랑에 빠져, “미혼 여성이 아니라 여성을 대상으로 결혼하려 한다”는 ‘명언’을 남기게 만든 여성이다. 그는 하토야마가 정치가 지망 시절 선물한 싸구려 반지를 아직 끼고 있다. 미유키는 총선 기간에는 남편 대신 지역구인 홋카이도 9구의 선거유세를 도맡았다. 선전차량을 타고 하루에 300㎞를 달려 유권자 1000여명의 손을 일일이 잡고서 “하토야마의 부인입니다”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때로는 눈물로 감성을 자극했다. 유명 가극단 다카라즈카의 배우 출신답게 대중 앞에 나서기를 좋아해, 지지자들 앞에서 무대 복장을 빼입고 멋진 재즈를 들려주기도 했다. 미유키는 유세 지원 활동에 대해 “애정이 아닌가 한다”며 애정 표현을 감추지 않는 등 기존 총리 부인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남편 못잖게 일본 정계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김순배 기자, 도쿄/김도형 특파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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