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9.01 20:53
수정 : 2009.09.01 20:53
[일본 선거혁명 이후]
일 민주당 대외정책 급변 우려 첫 ‘견제구’
미국 정부가 ‘대등한 미·일 관계’를 내세우며 변화를 예고한 일본 민주당 정권에 31일(현지시각) 첫 ‘견제구’를 날렸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오키나와 후텐마 미군기지의 대체시설 건설이나 괌 재배치 계획을 일본 정부와 재협상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조지 부시 대통령 말년에 오키나와 도심의 후텐마 미군기지를 폐쇄한 뒤 오키나와 외곽으로 이전하고, 일본에서 28억달러를 지원받아 일부는 2014년까지 괌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오키나와현 이외로의 이전’을 주장해왔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벌이는 미군에 대한 해상 자위대의 인도양 급유활동 지원도 계속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급유활동 지원에 반대했다가, 내년 1월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켈리 대변인은 이날 “아프간의 안정과 번영은 일본을 포함해 국제사회 전체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일본이 어떤 역할을 할지를 놓고 토론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 관리들은 일본 민주당 정권의 행정 경험 부족도 우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31일 전했다. 백악관은 일본 총선 뒤 성명에서 “강력한 미·일 동맹과 두 나라 사이의 긴밀한 파트너십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미리 쐐기를 박은 상태다. 이런 기대의 바탕에는, 일본 민주당 정권이 급격하게 대외정책을 수정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산적한 국내 현안이 우선이 될 것이라는 현실적 분석도 깔려있다. 하토야마 민주당 대표는 31일 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대화와 조화의 방향으로 크게 바꿔나가고 있다”고 치켜올렸다.
자민당 정권의 퇴진이 오히려 미국과 일본이 의욕적으로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토마스 쉬퍼 전 주일 미국대사는 “자민당의 지지도가 낮아 모든 게 어려웠는데 그런 상황이 끝났다”며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더 강력한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1일치 사설에서 “하토야마 대표가 미국과 보다 동등한 동맹을 원하고 있는데, 일부는 합리적이지만 나머지는 우려스럽다”며 “미국은 더욱 돈독한 동맹관계를 수행할 수 있는 책임있는 전략적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논평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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