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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07 14:54 수정 : 2009.09.07 14:54

일본은 이달 16일, 총리를 지명하는 특별 국회 소집을 앞두고 각 매스컴은 `민주당 정권` 그리고 `하토야마 총리` 의 화제가 만발입니다. 하토야마씨를 비롯해 활기찬 민주당 의원들의 면면을 보며 문득 이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2004년 당시, 한국의 여당 우리당은 일본 민주당, 그중에서도 리베럴 세력과 많은 교류를 하고 있었습니다. 일본 민주당은 당시 중진급 의원 다수를 포함한 의원 17명, 당 정책위원 4명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방한단을 조직해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민주당의 간사장이었던 하토야마씨가 단장이었고 저는 한일 의원교류 위원회 정책 담당 겸 코디네이터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일행은 오후에 한국에 도착해, 우리당 당사로 가서 우리당 당의장과 회담을 할 예정으로, 김포 공항에서 전세 버스에 탄 일행은 여의도로 향했습니다.

버스 탄 일행중, H라는 한국계 참의원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칭 한국의 ㅈ일보 일본 지사장이라는 경력을 가지고 있었고, 참의원에 당선된지 얼마 되지 않은 인물이었죠.민주당은 외국계 인물에도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행이 탄 버스가 여의도 쪽이 아닌 이상한 방향으로 돌아가는것 이었습니다. 안그래도 도로가 막혀 시간이 늦을것 같은 상황인데 좀 이상했지요.저는 맨 앞자리에 앉은 이번 방한단의 사무국장인 K의원에게 가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K의원이 어색하게 제게 말했습니다. `H의원이 방한단이 우리당에 가기전 잠시 ㅈ일보사에 들러 사장과 인사를 하자고 한다.` 라는것이었습니다.

물론 그런것은 일정에 없었고, 이번 일정은 대부분이 제가 세운것이었습니다. 저는 대단히 불쾌감을 느껴 K의원에게 말했습니다. `정권여당의 당의장과 회담을 앞두고, 그것도 시간이 촉박한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그리고, 이런 일정은 없었던 것으로 압니다.` K의원이 말했습니다. `H의원이 조금전 타진을 해 왔다. 10분이면 된다고 한다. 잠시 들러서 프레스에 얼굴을 비추는것도 좋은일이 아니겠는가?` 제가 말했습니다.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이렇게 하신다면 앞으로의 일정에도 저는 책임을 질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ㅈ일보사 사옥내에 저는 동행 할수 없습니다.` 참고로, 다음날 부터의 일정은 이해찬 국무총리 면담,국회의장 주최의 오찬회, 정책 협의회, 김근태 장관 예방 등이었습니다.

결국, 의원단 일행이 ㅈ일보사 사옥에 들어가고 저는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일행은 정말 10분 정도에 나왔고, 다시 버스에 올라타자, K의원이 저에게 사과을 하고 일정대로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다음날, 하토야마 단장을 필두로 국회 의사당에 일행이 들어서자, 웬 젊은 한국 국회의원 한명이 잔 걸음으로 달려와, 넙죽넙죽 허리를 굽히는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서툰 일본말로 하토야마 단장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한나라당 국회의원 L 이라고 합니다.한나라당을 방문해 주셨으면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이사람은 자칭 일본통인 젊은 의원이었습니다. 하토야마 단장은 어색해 하며, `일정에 대해서는 우리 맥상에게 말하시길 바랍니다.` 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자 L 의원은 저에게 넙죽넙죽하며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이번 방한 일정에는 한나라당 방문은 들어있지 않으므로, 다음에 방문할 기회를 마련해 보겠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L의원은 갑자기 `당신도 의원입니까?` 라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아니라고 대답하자, 갑자기 불쾌한 얼굴을 하며, ` 시간 좀 만들어 봐요!` 라고 말하더군요. 저는 다시 같은 대답을 하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정책 협의 회의등의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마지막 날은 `사할린 귀국 조선인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이 집은 하토야마씨의 활동으로 일본의 자금 지원이 활발했던 사업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귀국 동포 여러분들의 귀국후 생활과 앞으로의 과제등을 들어보고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였죠. 대부분 노령층인 이 분들은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그중에 많은 분들이 `일본에 가서 살고 싶다.한국 정부는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라고 말해, 동행한 보건 복지부 담당자를 난처하게 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두에 나왔던 그 한국계, H의원의 언동이 문제였습니다. 귀국 사할린 동포분들에게 귓속말로 `일본○들은 믿지 마세요. 저를 믿으세요,헤헤헤,,,` 거기까지 이해하려 했습니다.

방한 첫날, 일행이 처음 김포 공항에서 서울 시내로 들어 올때, 많은 일본 의원들이 `한강의 다리가 미적 감각이 있다.`, `강변의 풍경이 아름답다.` 라고 감탄을 연발했습니다. 그러자 H의원이 버스 안의 마이크를 잡더니, 제가 한국은 잘 아니 소개하겠습니다. 하며, 갑자기 , `서울은 보기에는 멀쩡해도, 한걸음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거지가 우글대고, 지저분하기 이를데 없다. 사람들도 사납다.` 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대단히 불쾌했지만, 공무를 위해 참았죠.

그런데, 귀국할때, 김포로 향하는 대절 버스 안에서 다시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국은 뭐든지 보이는데만 멀쩡하게 해놓고 나머지는 엉망이다. 이런 풍경에 속으면 안된다.` 일본인 앞에서는 한국 욕을 , 한국인 앞에서는 일본 욕을 하는 그의 태도에서 더할수 없는 분노를 느꼈습니다. 전형적인 볼썽 사나운 모습이었죠. 그게 평범한 일반인 이라면 별개로 하더라도 명색이 국회의원 된 사람의 태도라고 볼수 없었습니다.

버스의 맨 뒷자리에 앉아있던 저는 드디어 분노를 참지 못했습니다. `내 오늘 저 자에게 정말 `사나운` 한국인의 모습을 보여주리라` 버스뒷 좌석에서 일어나 그에게 가려고 몸을 일으켰습니다. 그런데,제 앞자리에는 제 의원이 앉아 있었죠. 제가 버스 통로로 나가려고 하자, 제 의원이 팔을 뻗어 통로를 막는것이었습니다. 얼굴을 차창을 향한채 였습니다. 저는 차창을 통해 제 의원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그의 눈은 저에게 간절한 부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발 참아라, 그러면 안된다` 저를 막는 그의 팔은 떨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하나의 시선을 느껴 돌아보니 사무국장인 K의원이 울상이 되어 저를 보고 있더군요,,,,. 결국, 참았습니다. 저의 당시 그 기분에서 만일 H의원에게 `사나운` 모습을 보여주면 `부상` 정도로는 끝나지 않았을 테고, 아마 한일간의 외교문제로 비화했을것 입니다.

한국,일본 양쪽에 서로를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고, 서로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욱 질이 않좋은것은 양쪽을 교묘히 이간질하며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이죠. 이러한 행동은 자신에게는 달콤한 이득으로 남을지 몰라도 앞으로도 이웃으로 살아가야하는 후손에게는 언제까지나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는 관계를 고착화 시키게 되어, 결국 역사에 죄를 짓는 행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참고로 H의원 입니다만, 결국 리베럴 그룹에서 나가게 되어,지금은 민주당내에서도 강경 보수 그룹에 들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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