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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09 16:41 수정 : 2009.09.09 16:41

회의를 위해 사무실로

지난 8월 18일 총선거 공지가 시작되기 약 1주일 전, 공영 방송인 NHK의 한 디렉터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일본 google의 ‘미래를 위한 Q&A’에 답변 동영상을 올릴 예정인가? 올릴 예정이라면 책임자와 이야기 하고 싶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참고로, 이번 총선거에서 일본 google은 사상 처음으로 위와 같은 제목으로 일반 네티즌으로부터 국회의원 입후보자에 대한 질문을 모집해 그중 가장 많았던 질문 5개를 선정해, 입후보자들에게 유튜브를 이용해 동영상을 통한 답변을 올리게 하는 기획을 했습니다. 평소에 이런 것에 관심이 많은 제 의원도 참가하기로 했지요.

이 NHK의 디렉터는 저희 선거캠프를 중심으로 선거 기간 중, 저의 사무실의 그 동영상의 기획, 촬영, 업로드 등의 인터넷을 통한 홍보 활동, 그리고 선거 활동 등을 취재해, 선거가 끝난 9월 4일에 방송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로써는 잠깐 망설였습니다. 어차피 선거후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을 위해, 그 바쁜 와중에 테레비 카메라까지 들어와 왔다 갔다 하면 시간을 뺏기는 게 당연하고 또한 캠프내의 정보가 새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었기 때문이죠. 의원과 의논한 결과 방송 수록에 협조하기로 했습니다.

며칠 후, 그 방송의 디렉터인 I 씨와 만났습니다. 방송은 ‘특보 수도권’이라는 것으로 목요일 저녁 7시 반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 방송에서 정치 관계 테마를 다루는 게 처음이라서 방송국내의 정치국 사람들과 알력이 심했다고 말하며, 역시 공영 방송이라서, 자기 영역에 대한 의식이 강하며, 관료주의적 구조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도 했습니다. 그러나 I씨는 밝으면서도 정중한 태도를 가지고 호감을 가지게 하는 타입이었습니다.


다음날부터 저희 캠프에 방송국 차량이 진을 치고, 디렉터, 카메라맨, 조명 등의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기 시작했지요. 유권자에게 보이기 위한 이런 류의 동영상이라면 보통 의원 측은 전문 업자에게 의뢰해 촬영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의원은 제게 기획, 촬영, 편집을 하도록 했습니다. 뭐, 보기 좋은 화면에 아마추어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게 호감을 불러일으킬 것 이라는 이유였죠.(칭찬인지,욕인지)

그래서 가정용 하드디스크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질문 항목에 따라 장소를 바꾸어 촬영하기로 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린이, 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많이 오는 공원을 배경으로, 고령화 문제에 대해서는 노인분들이 많이 사시는 아파트 단지를 배경으로 등등이었습니다. 방송국의 카메라는 사무실의 기획 회의(방송에 보여주기 위한), 촬영 현장의 모습, 편집 모습 등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유세 활동, 당선 후의 만세와, 인터뷰 등등도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디렉터 I씨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I씨는 우리 의원의 상대 후보인 자민당의 후보자의 대학 후배에 해당한다 하더군요. 하지만 얼굴을 아는 사이는 아니고 같은 학교 출신인 것뿐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일본의 선거법은 지나치게 세세하고 제한이 많아, 캠페인을 하는데 제한이 대단히 많습니다. 설명하자면 끝이 없으나, 간단한 한두 가지 예를 들어 말씀드리면, 유세 중 정당을 표시하는 깃발, 후보자의 이름을 표현하는 물건 등도 못 쓰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선거 사무실에 손님이 와 물을 한잔 내온다 하더라도 보통 차나 보통 커피까지는 대접이 가능합니다만,

예를 들어, ‘비엔나 커피’나 무슨 ‘파르페’ 등을 내오면, 향응을 베풀었다는 명목이 되어 ‘유권자 매수’로 선거법에 저촉되어 골치 아픈 일이 생깁니다. 선거 기간 중에는 24시간 캠페인이 가능하나, 시간대에 따라서 배부 할 수 있는 전단지가 제한되어 있고, 마이크를 사용해 연설할 수 있는 시간도 제한되어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에 의한 활동은 엄격히 제한되어 있어, 선거 기간 중에 후보자의 홈페이지, 블로그 등을 갱신 할 수 없으며, 관련 사람들이 자신의 홈페이지, 블로그에서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비판 할 수 없습니다.

홈페이지 등은 선거법에 의한, 홍보지, 그림, 사진 등으로 분류되어 선관위가 일일이 체크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갱신이 금지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유권자로부터 오는 질문 메일 등에 대해 답장을 할 수도 없어, 무심코 메일을 보내온 유권자가 대답이 없다는 이유로 화를 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것들은 지금까지 노령층, 보수층의 표를 받아 왔던 자민당 정권이 인터넷을 이용한 정치 참가를 엄격히 제한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 반면에, ‘내다 걸 수 있는 등불의 크기는 몇 센티로 제한하며 한개만 달수 있다’라는 규정도 엄연히 있습니다. 등불이란 저녁에 선거 사무실 바깥에 내다 거는 호롱불을 말하는 것인데, 요즘 세상에 전기등을 쓰지 않고 호롱불 내다 거는 사무실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것은 근대적 선거법이 생긴 1900년대 초의 법률이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는 증거로 아직도 깊은 시골에 가면 그 옛날의 풍습으로 ‘선거 사무실은 역시 호롱불이야’라며 내다 거는 사무실이 있다고 합니다.

9월 4일 저녁, 테레비를 보았습니다. 30분간의 방송이었는데, 제가 나온 것은 약 6분 정도이더군요. 그렇게 많이 했던, 촬영, 인터뷰는 다 어디로 갔는지. 방송을 보는 동안, 휴대전화가 연달아 울렸습니다. 아는 분들이 테레비를 보고 전화를 주셨는데, “야, 맥상 실물보다 잘 나왔네요” 등의 ‘망언’을 서슴치 않는 분들도 있었죠. 그 방송을 올려 볼까 했습니다만, 용량이 너무 많았습니다. 유튜브에 올리려 하니 역시 저작권이 문제가 될 것 같고요. 그래서 캡쳐 사진을 몇 개 올립니다. (피로에 찌든 모습으로 여러분들께 불편함을 끼쳐드릴지 모르나 용서 바랍니다.)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의 조회수를 확인하는 의원

기획 회의에서

[블로그] 동영상 촬영 장소에서 구도를 재는 두 사람

요코하마 스타디움 앞에서의 촬영 장면. 뒷주머니에 꽂은건 촬영 기획서

촬영 후 화면을 확인하는 맥주상자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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