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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28 19:33 수정 : 2009.09.28 19:33

2009년 엔-달러 환율 변화 추이

1달러=89엔…금융위기뒤 30% 절상
한국 전자·자동차 수출기업엔 ‘날개’

일본 엔화가 정부의 시장불개입 표명으로 연일 상승하고 있다. 일본 민주당 정부가 엔고 정책으로 선회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엔화는 지난 25일 1달러당 90엔 선을 돌파해 8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뉴스> 집계에 따르면엔화는 29일에도 국제 외환시장에서 89.265엔으로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금융위기 이전보다 30%나 절상된 것이다. 앞서 엔화는 올해 1월21일 달러당 87.13엔으로, 지난 1995년 7월10일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엔화가 다시 기록적인 엔고 현상을 보이던 1995년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엔화 강세는 최근 일본 신정부가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에서 엔고 현상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으로 촉발됐다. 후지이 히로히사 일본 재무상은 지난 25일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정부가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단숨에 1달러 당 90엔대를 무너뜨렸다.

엔고 현상에 대한 시장불개입 시사는, 일본 신정부가 내수를 진작하고 수출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이는 미국의 소비에 의존하는 세계경제의 불균형 시정을 약속한 G20 정상회의의 합의 사항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

엔고를 추동하는 또 다른 요인은 일본 기업들의 본국 과실송금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1일 투자가들이 외국에 투자하여 얻은 배당금을 일본에 송금하는 ‘과실송금’에 대해 면세조처를 취했다. 법 개정 이전엔 과세율이 40%에 달했다. 여기에 금융위기 이후 일본의 이자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이상 낮지 않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과거 제로금리 시절 일본 엔화를 빌려 이자율이 높은 다른 나라 통화에 투자하던 엔캐리가 종지부를 찍으며, 그 자금이 본국으로 환류하고 있는 것이다. 또 세계증시가 지난 3월 급격히 오른 뒤 하락기미를 보이자 안전자산인 엔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도 가세하고 있다.

엔고에 대해 일본 안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본 경제의 큰 기둥인 수출이 치명적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대표적 수출기업인 도요타는 1달러당 1엔이 절상될 경우, 1년에 350억엔(약 3억9000만달러)의 영업이익이 감소한다. 엔화는 일본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와 전자제품의 경쟁자인 한국의 원화에 견줘서도 금융위기 이후 약 34%나 절상됐다. 한국 기업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다. 푸노 유키토시 도요타 부사장은 “엔화가 1달러 당 90엔 밑으로 절상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고 호소했다. 가파른 상승이 계속되자 후지이 재무상도 28일엔 “최근의 엔화 움직임은 조금 한 쪽 방향으로 쏠려 있다”고 말했지만, 분명한 개입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시장에서 외환딜러들은 엔화가 지난 1월 최고치인 87.10엔대도 돌파할 것이라는데 베팅을 걸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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