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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일본 도쿄 스기나미구청 앞에서 주민들이 “역사를 왜곡하고 전쟁을 찬미하는 교과서 채택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집회를 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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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이 극우바람 잠재웠다
일본의 중학교 역사·공민교과서 채택전이 종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9일 일본 시민단체가 중간집계한 결과를 보면, 왜곡 교과서 저지운동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런 추세라면 왜곡 교과서 채택을 최소한의 범위에서 묶는 데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타와라 1곳만 후소사 교과서 채택 확인
‘위험지구’ 중심으로 끈질기게 채택반대 활동
내년부터 사용할 교과서 종류를 이미 결정한 곳은 현재 전국 584개 채택지구 가운데 60~7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펴낸 후소사 출판 역사·공민교과서를 채택한 것으로 확인된 지구는 도치기현 오타와라시뿐이다. 채택지구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극우 인사인 이시하라 신타로 도지사의 영향력이 강한 도쿄도 교육위가 도립 중고일관교와 장애인학교 중학부에서 사용할 교과서로 새역모 교과서를 채택했다. 이들 학교의 내년 신입생 수는 오타와라시 12개 학교 530명, 도쿄도 중고일관교 4곳 600명, 장애인학교 21곳 150명 등이다. 전체 중학교 신입생 118만명의 0.1% 남짓이다.
채택지구 60∼70% 결정
채택 결정이 내려진 지구들 가운데 결과가 확인된 지구는 100여곳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시민단체들은 새역모 교과서를 채택한 다른 지구는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 교과서를 채택한 곳이라면 선정 위원 가운데 새역모 관련 인사가 포함돼 있기 마련이고, 그럴 경우 결과가 극우 언론에 보도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새역모 쪽은 오타와라시 채택 결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도쿄도 교육위의 결정을 과거에 비해 한달 가량 앞당기도록 하는 등 왜곡 교과서 채택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아왔다.
한때 ‘새역모 10%’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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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이 극우바람 잠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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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도쿄도의 시나가와·도시마, 도치기현의 아시카가시 등에서도 저지에 성공했으며, 극우 야마다 히로시 구청장이 교육위원을 우파인사로 교체한 스기나미구에선 결정이 일단 유보됐다.
시민단체 ‘1% 미만’ 총력전
지난달 13일 오타와라시 채택 결과가 나왔을 때 새역모 쪽이 목표치로 내세운 10% 채택이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 하는 우려가 고조됐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 시민단체들은 흔들리지 않고 위험지구를 중심으로 교육위원 면담, 홍보물 배포, 서명운동 등을 활발하게 펴왔다. 오타와라시에 대해서도 포기하지 않고 채택 번복을 요구하는 항의시위를 벌이는 등의 끈질긴 반대활동이 새역모 교과서의 확산을 막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민단체들은 이미 승세를 굳힌 것으로 보고 새역모 교과서의 최종 채택률이 1%를 밑돌 수 있도록 총력을 쏟을 작정이다. 4년 전의 새역모 교과서 채택률은 0.039%였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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