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평화염원 참배, 미래지향 노력" 한.중 주일대사 항의 표명, 공명당도 강한 유감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17일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놓고 한국과 중국이 강력히 반발한 가운데 일본 정치권과 시민.경제단체들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참배 직후 정부.여당 연락회의에서 자신의 참배에 대해 "평화를 원하는 국민의 한명으로서 참배했다"며 "이웃나라들과는 중요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미래지향의 자세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참배에 앞서 고이즈미 총리는 집권 자민당의 나카가와 히데나오 국회대책위원장을 만나 "(야스쿠니신사가 오늘부터) 가을 대제이기 때문에 언론에서 계속 기다리는데 그렇게 하는 것은 미안한 일이다.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참배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 호소다 히로유키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총리의 직무로 참배한 것은 아니다"라며 "총리가 진작부터 말했듯 적절히 판단해 참배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호소다 장관은 참배방식이 '사적 참배'로 바뀐 것에 대해서는 "과거와 같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어떤 이유에서 이번 참배방식을 택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고이즈미 총리와 호소다 관방장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중국 등 태평양전쟁 피해국이 정상회담 전면취소를 검토하고 주일대사를 통해 항의하는 등 강력반발하고 나선데 이어 일본 내에서도 연립정권인 공명당이 유감을 표명하고 시민.경제단체들이 비판과 우려를 보내는 등 파문은 확산되고 있다. ◇ 일본 정치권, 재계.시민단체 반발 =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의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 대표는 정부.여당 연락회의에서 "사적참배라고 해도 정치적인 의미를 갖는 만큼 (공명당이)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했다"며 사전에 연락을 주지않은데 유감을 표명했다. 공명당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반대했으며 제3의 추도시설 건립을 추진해왔다.제1야당인 민주당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대표는 "극히 유감"이라며 "신중한 대처를 해주기를 바랬었다"고 말했다.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공산당 위원장도 "총리로서의 자격이라는 책임을 엄격히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주요 경제단체인 경제동우회는 "우리나라의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웃나라의 이해를 얻기위한 외교노력이 펼쳐지기를 바란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상공회의소측도 "일.중, 일.한 관계는 극히 중요한 만큼 외교경로를 통해 개선에 전력을 기울여달라"고 촉구했다. 전몰자유족 등으로 구성된 평화유족회전국연락회는 "왜 총리가 '명확한 법적 판단'에 근거한 확정판결도, 아시아.태평양지역 국민들에 대한 침략.가해의 역사도 개의치 않는가"라며 "5차례에 걸친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항의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총리관저에 전달했다. 야스쿠니신사위헌소송회도 "위헌판단을 의식해 사적참배로 보이게 색칠했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며 "(총리의 참배가) 침략전쟁에서 일본이 떠안은 불명예스러운 상처를 다시 확대하고 일본사회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도 담화에서 "일본이 과거의 침략전쟁을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정당화하는 행위를 보여주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반면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자민당 간사장은 "평화를 지키고 두번 다시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맹세를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참배는 사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존중한다"고 주장했다. 강경파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간사장 대리도 "국가를 위해 순국한 분들에게 존숭의 마음을 표하는 것은 지도자로서 당연하다"고 강변했다. 일본 유족회측도 "전국의 전몰자유족, 유족회에 있어 매우 경사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 최대의 경제단체인 니혼게이단렌(日本經團連)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회장은 "국제관계 등을 배려한 뒤 사적으로 참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한.중 주일대사 항의, 정상.외상회담 취소 = 청와대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연말 방일 정상회담은 물론 부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개별정상회담도 갖지 않는 방안을 검토키로 한데 이어 오는 23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인 중.일 외무장관 회담도 취소됐다. 한국 정부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오시마 쇼타로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강하게 항의한데 이어 라종일 대사가 마치무라 노부타카 일본 외상을 외무성에서 면담, 우리 정부의 유감을 전달했다. 왕이 일본주재 중국대사도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를 "모든 중국 인민에 대한 엄중한 도발 행위"라고 규정하고 고이즈미 총리는 중.일관계를 파괴한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다. 베이징 일본대사관은 이날 홈페이지에 '긴급, 반일시위 주의'라는 제목의 주의문을 올리고 중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에게 같은 내용의 전자메일을 발송했다. 대사관은 전자메일에서 인파가 모이는 장소에 가지말고 반일시위 관련 정보를 접하는 즉시 제보해줄 것을 요청했다. 야치 쇼타로 일본 외무차관은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일.중 전략대화에서 향후 예상되는 중국의 반일시위로부터 일본인을 보호해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shin@yna.co.kr 이해영.신지홍 특파원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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