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2.03 17:19
수정 : 2017.02.0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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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전력이 지난 1월 30일 후쿠시마 다이치 1번 원전 안 격납용기 2호기 주변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 용기 아래 철재 격자망 일부가 녹아서 사라졌고 핵연료로 추정되는 검은 물질이 보인다. 도쿄전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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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국립방사능과학연구소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심각한 방사능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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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전력이 지난 1월 30일 후쿠시마 다이치 1번 원전 안 격납용기 2호기 주변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 용기 아래 철재 격자망 일부가 녹아서 사라졌고 핵연료로 추정되는 검은 물질이 보인다. 도쿄전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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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다이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을 멈춘 이래 1번 원전 안 핵연료 격납용기 2호기에서 방사능 수치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도쿄전력이 2일 발표했다. 이 방사능에 노출될 경우 사람은 1분도 채 되지 않아 숨질 수 있다.
도쿄전력의 설명을 보면, 이번에 조사된 방사능 수치는 시간당 최대 530시버트(Sv)에 이른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이듬해 측정된 73시버트에 견줘 7배 이상 높은 수치다. <교도통신>은 일본국립방사능과학연구소의 한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이번 방사능 수치가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심각한 수치’라고 밝혔다. 일본국립방사능과학연구소의 설명을 보면, 4시버트 가량의 방사능에 사람이 노출되면 2명 가운데 1명이 죽을 수 있다. 또 1시버트와 같은 수치인 1000밀리시버트(mSv)가량의 방사능은 불임과 백내장 등을 유발할 수 있고, 100밀리시버트를 초과하는 방사능은 신체 발암 가능성을 높인다.
뿐만 아니라 핵연료를 담은 격납용기 아래 철재 격자망에 1평방미터(㎡) 크기의 구멍이 발견됐다. 지진과 쓰나미로 이 발전소 냉각기 계통에 고장이 발생해 격납용기 안에서 핵연료가 녹아내렸고, 이때 용기 밖으로 유출된 핵연료로 인해 구멍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애초 2021년까지 핵연료 격납용기서 첫 잔해를 수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쿄전력이 지난주부터 원격조종 로봇을 통해 조사한 격납용기 2호기 내부의 높은 방사능 수치로 볼 때 구체적인 추가 조사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다. 구멍 난 격자망 안으로 어떻게 로봇을 집어넣을지에 대한 경로 분석, 비정상적으로 높은 방사능 환경에서 어떻게 로봇을 운용할지에 대한 방안 마련 등이 필요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실제 최대 1000시버트까지 견딜 수 있게 제작된 이 조사 로봇을 시간당 530시버트 방사능이 쏟아지고 있는 환경에 투입할 경우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조사 로봇의 수명이 다하게 된다. 제대로 된 조사를 하기에 로봇의 수명이 짧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986년 발생한 사상 최악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도 원자로 안 핵연료가 모두 녹아내렸고, 현재까지도 원자로 하부에 방사능 웅덩이를 이룬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하지만 녹아내린 핵연료의 실제 상태는 31년이 지난 지금도 높은 방사능 수치로 접근이 불가능해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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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신문> ‘530시벨트의 충격 후쿠시마 2호기, 간과할 수 없는 폐로’ 기사에 일본 시민들이 올린 호응도 높은 댓글 일부. 대체로 원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야후재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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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재팬>에 올라온 <아사히신문>의
‘530시버트의 충격 후쿠시마 2호기, 간과할 수 없는 폐로’ 기사에는 불안에 떨고 있는 일본 시민들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지금 원자로 폐쇄와 배상비용으로 20조엔이 소요된다고 추정하지만, 최종적으로는 100조엔 가량 소요되더라도 놀랍지 않다. 결국 원자력발전은 화력발전보다 수백 배의 비용이 든다”, “지진으로부터 6년이 지나 겨우 이 정도 레벨이면 앞으로도 멀었다. 정부는 정말 원자력발전을 통제할 수 있나?”, “이런데도 ‘원전은 안전’이라며 재가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이란” 등의 견해들이 많은 일본 누리꾼들의 공감을 받았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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