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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1.13 21:01 수정 : 2005.11.13 21:01

아시아아시아인

고투슈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불가리아 출신의 카로얀 마할야노프(22)는 ‘스모계의 욘사마’다. 배불뚝한 일본 선수들과는 달리 큰 키에 균형잡힌 근육질 몸매, 빼어난 용모인 그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경기장은 여성팬들이 던지는 방석과 함성으로 달아 오른다. 용모에 걸맞게 실력도 뛰어나 지난 9월 도쿄에서 열린 가을철 그랜드 스모경기에선 9연승을 달리다 아깝게 몽골출신 아사쇼류에 패배 2위에 머물렀다.

일본인들이 2000년 넘게 간직해온 전통 스포츠로 자랑하는 스모판을 외국인 선수들이 점령하고 있다. 아케보노, 아사쇼류 등 하와이와 몽골출신 챔피언들이 잇따라 스모계의 천하장사인 요코즈나를 차지한 것은 물론 이제는 이국적인 용모의 유럽 출신 스타들이 승승장구하며 스모계를 휩쓰는 중이다. 순수 일본인 출신의 마지막 요코즈나는 2003년 1월 은퇴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4일 가장 폐쇄적인 ‘일본적’ 스포츠였던 스모계의 변화는 머뭇거리면서도 세계화의 물결에 휩쓸리고 있는 일본을 상징한다고 전했다. 일본스모협회의 유타카 마츠무라 회장은 “스모는 일본 그 자체처럼 세계화되고 있다”며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연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스모협회는 98년 외국인 선수들이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일본 젊은인들 사이에서 스모의 인기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꺼낸 고육지책이었다. 95년 스모협회에 등록된 외국인 출신 프로선수는 2.5%였지만 지금은 8%로 늘었다. 특히 ‘메이저리그’에 해당하는 마쿠치에선 외국인 출신들이 28%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스모를 올림픽 종목으로 만들기 위해 수백만달러를 쏟아 부은 결과 10년 동안 아마추어 스모 순회경기가 열린 국가가 40개국에서 86개국으로 늘었다.

특히 그루지야 등 옛 소련 국가들에서 많은 선수들이 스모계에서 성공하겠다는 꿈을 품고 일본으로 오고 있다. 고투슈에 이어 최근 가장 주목 받는 동유럽 출신 선수인 바루토(20)는 에스토니아에서 온 지 19개월만에 자신보다 훨씬 몸집이 큰 일본 선수들을 잇따라 물리치면서 마쿠치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들을 이방인으로 여기는 일본 스모판에서 외국 선수들의 성공을 둘러싼 논쟁도 뜨겁다. 비판론자들은 외국인들은 팔다리가 길어 불공평한 이익을 보고 있다며 스모 도장마다 외국인 선수를 한명씩만 두도록 제한하기도 했다. 금발인 바루토가 올해 안에 상급 리그로 승급할 것으로 예상되자 일부 협회 관계자들은 ‘전통을 지키기 위해 머리를 검게 염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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