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1.04 22:14
수정 : 2018.01.04 22:31
한국 정부 후속 조처 기다려 입장 낼 듯
북핵 대응, 한·중·일 정상회담 고려 한국과 대립 피해
연초부터 “방위력 강화 힘쓸 것” 헌법 개정 의욕도 강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새해 기자회견을 하면서 자위대 능력 강화와 개헌 뜻을 강조했지만,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재협상 여부 등 후속 조처를 아직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한국 정부의 조처를 기다리겠다는 계산으로 읽힌다.
아베 총리가 이날 미에현 이세시에서 연 새해 기자회견에서 “기존의 연장선상이 아니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정말로 필요한 방위력 강화에 힘쓰겠다”며 올해 자위대 능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 첫 부분부터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언급하며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전후 가장 어렵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에도 ‘기존의 연장선상이 아닌 방위력 강화’를 언급했는데, 북한 미사일기지를 선제타격할 수 있는 적기지공격능력 보유를 본격 검토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아베 총리는 “올해야말로 헌법이 존재해야 할 모습을 국민에게 확실히 제시해 헌법 개정을 위한 논의를 한층 심화하는 1년으로 하고 싶다”며 헌법 개정 의욕도 거듭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 정부가 지난달 27일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한-일 정부의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뒤 아베 총리의 첫 공식 회견이었다. 따라서 위안부 합의와 관련한 아베 총리의 입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아베 총리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고, 기자들의 관련 질문도 아예 나오지 않았다. 한국 정부의 보고서 발표 뒤 “일본 정부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등의 관방 부장관의 발언이 나왔고, 아베 총리가 참모들에게 “위안부 합의는 1㎜도 안 움직인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던 데 비춰 이례적인 상황이다.
아베 총리의 침묵은 한국 정부가 아직 위안부 합의에 대해 어떤 조처를 취할지 공식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조처를 기다려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또 북핵 대응이나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등을 두고 한국과 극한 대립을 하는 것은 일본에도 불리하다는 평가를 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이날 한-중-일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되도록 빨리 (일본에서) 열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북한 핵·미사일은 이제까지 없었던 중요하고 절박한 위협”이라며 “제재의 효과를 지켜보며 일-미, 일-미-한 연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미에현 이세신궁을 참배했다. 일본 왕실의 조상신인 ‘아마테라스오미카미’를 모시는 이세신궁은 일본 보수 세력이 신성시하는 곳으로, 아베 총리는 2012년부터 해마다 이세신궁을 참배하고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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