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3.31 18:04 수정 : 2019.03.31 18:34

아사히 신문, 살인죄 기소된 도안 티 흐엉 진술서 입수 보도
“30대 남성 한국에 방송 프로그램 납품한다며 접근
화면에 잘 나오기 위해서 사건 당일 머리 손질도…
사건 이틀 뒤 출연료 받으려 공항에 갔다“
말레이시아 사법 당국은 살인죄로 재판 진행 중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 AF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 형인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베트남 여성 도안티흐엉(30)이 현지 경찰에 “한국 방송회사 직원이라는 남성에게 속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일관되게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범행 대상이 된 김정남에 대해선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배우인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31일 말레이시아에서 살인죄로 기소돼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흐엉의 경찰 조서를 현지 사법기관 관계자를 통해 입수해 이 같이 전했다. 신문은 입수한 조서에 대해 “흐엉이 경찰에서 약 8시간에 걸쳐 털어 놓은 얘기를 11쪽에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흐엉은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7)와 함께 2017년 2월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독성물질인 브이엑스(VX)를 발라서 숨지게 한 혐의(살인)으로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흐엉은 이 진술서에서 사건이 발생하기 7주 전인 2016년 12월 초 베트남 지인으로부터 한국 촬영회사에서 일한다는 30대 남성 1명을 소개받았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자신이 한국 미디어에 프로그램을 납품하는 제작사에서 일한다고 소개하며, ‘미스터 와이(Y)’라 부르게 했다. 흐엉은 이 남성이 ‘출연료를 얼마나 원하느냐’고 물어 “1000달러”라고 답했다. 이 남성은 자신의 상사라며 또다른 남성을 소개하기도 했다. 흐엉은 미스터 와이와 한국 음식을 먹고 노래방에도 가면서 친해졌다.

미스터 와이는 흐엉에게 자신들이 “사람 얼굴에 액체를 묻히는 장난을 하는 방송을 찍는다”고 말했다. 사건 당일인 2017년 2월13일엔 미스터 와이가 “(오늘은) 중요한 촬영이 있어 배우를 고용했다”고 말했다. 흐엉은 사건 당일 화면에 얼굴이 잘 나오게 하려고 머리 손질과 화장을 했다. 준비가 끝나자 미스터 와이가 손에 약간 노란 빛이 도는 오일을 발라줬다. 독성물질인 브이엑스였다. 흐엉은 김정남의 뒤로 다가가 눈을 만진 뒤 손바닥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이후 화장실에 가 손을 씻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왜 손을 씻었냐’고 추궁하자, 흐엉은 “끈적거리고 냄새가 나서”라고 답했다. 흐엉은 사건 이틀 뒤인 15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흐엉은 공항을 방문한 이유에 대해 “출연료를 받지 못하고 미스터 와이와도 연락이 닿지 않자, 공항으로 그를 찾으러 갔다”고 말했다. 미스터 와이가 15일까지 공항에서 촬영한다고 말했던 게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흐엉은 말레이시아 사법 당국에 자신은 “미스터 와이에게 이용당했을 뿐”이라는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말레이시아 검찰은 그가 계획적 살인에 가담했다고 보고 살인죄로 기소했다. 하지만, 함께 기소됐던 인도네시아인 아이샤는 지난 11일 석방했다. 말레이시아 검찰은 아이샤를 석방한 이유와 그와 흐엉을 차별해 다루는 이유 등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