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고용·내수회복…증시·부동산 거품 논란도 고유가·미-중 경기둔화 위협속 올 2% 성장 예측
일본경제의 회복세가 완연하다. 장기침체의 터널은 확실히 벗어났다. 체감경기도 한결 나아졌고, 각종 지표는 온통 ‘파란불’이다. 새해를 맞아 전문가들은 지금의 경기확장 국면이 전후 최장기간을 기록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회복세가 ‘V자형’의 급속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잠재성장률을 조금 웃도는 매우 완만한 ‘국그릇형’ 성장세다. 되살아난 활기=지난 연말 도쿄도심 유라쿠초의 전자제품 판매점 빅카메라 매장은 쇼핑객들로 붐볐다. 디지털텔레비전 판매를 담당하는 마쓰다 이치로(24)는 “24인치 이상을 기준으로 판매량이 이전에 비해 30% 정도 늘었다”며 “대형일수록 증가율이 더 높다”고 말했다. 주가급등과 두둑한 연말 상여금으로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확연히 늘었다. 일본 백화점업계는 지난해 9년만에 매출 하락세가 멈춘 것으로 추정한다. 지방의 대형 수퍼에서도 매출 하락 폭이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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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위협요소로는 고유가와 주택시장 냉각으로 인한 미국과 중국의 경기둔화가 꼽힌다. 수출전선의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로 대표되는 세계경제 불균형의 영향도 불가피하다. 일본 국내에선 올해 정률감세 폐지와 양적완화 해제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돈줄 죄자” “시기상조” 일 정부-중앙은행 논쟁 7년 가까이 일본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디플레이션(물가하락)의 먹구름이 걷힐 조짐이 보이면서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 사이에 양적완화(돈풀기) 정책 해제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논쟁이 본격적으로 불붙게 된 건 지난해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년1개월만에 플러스로 전환해 0.1%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이를 근거로 일본은행은 양적완화를 끝낼 시점이 다가왔다며 다시 돈줄을 죌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일본은행은 올 1~3월 물가지수가 플러스로 나오면 곧바로 돈풀기 정책을 중단할 방침이다. 일본은행이 시중에 돈을 풀기 시작한 건 물가하락과 경기침체의 악순환, 부실채권 덩어리인 금융기관의 줄도산 우려가 고조됐던 2001년 3월이었다. 이후 시중에 풀린 돈의 규모는 지금 30조~35조엔에 이른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 내부에선 적절한 시기에 돈줄을 다시 조이지 않으면, 과도하게 풀린 돈으로 거품경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덩달아 정부와 정치권에 끌려다녔던 금융정책의 독립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자민당 내에선 아직도 통화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데 대한 우려와 견제의 목소리가 높다. 일본은행이 돈을 걷어들이기 시작하면 당장은 아니겠지만 금리가 꿈틀거릴 수밖에 없고,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양쪽은 디플레 탈출의 준거가 되는 물가지수를 놓고도 팽팽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 쪽은 소비자물가지수는 기름값 인상 등 특수요인이 작용해 부풀려 보인다고 주장한다. 에너지 가격을 뺀 물가중핵지수는 11월 -0.2%로 아직 마이너스권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은행 쪽은 인하가 예고된 전기료·진료수가 등도 뺀 지수를 중시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물가지수가 플러스라고 반박한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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