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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고이즈미 아이들’에 기립박수 주문 |
"총리의 시정연설 중간 중간에 박수를 칩시다. 연설이 끝나면 대통령 연설후 미국 의회 처럼 전원 기립해 30초 정도 박수를 칩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20일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자민당 초선의원 모임인 '83회' 회원들에게 이런 지시가 내려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83회'는 작년 9월 중의원 선거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후광으로 첫 당선한 자민당 의원 모임으로 보통 '고이즈미 아이들'로 불린다.
'박수지령'은 메일과 팩시밀리로 연설 전날 회원들에게 통보됐다.
▲연설 중간중간에 연호하면서 박수를 칠 것 ▲연설이 끝나면 83회원 전원이 기립, 30초 정도 박수를 칠 것 ▲의석 앞줄에 앉은 사람은 연단쪽으로 조금 걸어 나가도 괜찮음 등이 주요 내용. 박수 칠 부분에 밑줄까지 쳐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지시 탓인지 '고이즈미 아이들'은 연설 도중 박수부대 역할은 비교적 충실히 수행했으나 연설 종료후 기립박수에는 고작 2명만 일어서 민망한 장면이 연출됐다.
그도 그럴 것이 '지령' 내용을 미리 입수한 야당 의원들이 "연설 끝나면 30초간 기립박수쳐야지"라며 야유를 보내는 바람에 충성심 강한 '고이즈미 아이들'도 차마 일어서기가 멋쩍게 됐기 때문.
83회에 '지령'을 보낸 전 자민당간사장실 간부는 "구속력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야당은 아예 질렸다는 반응이다.
한편 '83회'회원중에서 파벌에 가입하지 않은 의원들은 이날 '무파벌살론'이라는 모임을 결성, 첫 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에는 비서의 선거법 위반사실이 드러나 의원직을 사퇴한 마쓰모토 가즈미 의원을 제외한 '고이즈미 아이들' 82명중 47명이 가입했으며 이중 29명이 참석했다.
숫자만으로 보면 당내 4번째 파벌인 셈. 국회일정 등에 관한 정보교환이 목적이라는게 '무파벌살론'측의 설명이지만 당내에서는 고이즈미 총리의 '친위대'로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해영 특파원 lhy@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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