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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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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국책사업마다 반복되는 지역갈등, 해법은 무엇인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을 비롯해 동남권 신공항 공약 철회,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이전 결정으로 지역 민심이 사분오열되고 있다. 현 정부의 국책사업 진행 과정이 매번 지역갈등을 조장하게 된 근본 원인과 앞으로 이런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대안은 무엇인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본다. 엠비 정권은 균형발전을 한물간 이념으로 치부한다. 이전 정부가 추진한 균형발전 정책을 하나하나 지워왔고, 급기야 ‘균형발전’이란 말도 ‘지역발전’으로 바꿔 쓰고 있다. 균형발전에 관한 정부의 철학 부재는 최근 국책사업을 둘러싼 갈등을 분출시키는 까닭이 되고 있다. 세종시 갈등은 국토의 균형발전을 선도할 거점 새도시라는 세종시의 역할을 무시했기 때문에 빚어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를 진주로 몰아준 결과, 영호남 갈등이 깊어진 것도 균형발전을 위한 분산입지를 배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학벨트의 충청권 입지 약속 파기로 빚어진 지역간 갈등은, 기초과학 인프라를 지역간에 고루 발전시켜야 한다는 정책철학이 부재한 데서 비롯됐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는 편협한 경제적 타당성 문제에만 사로잡혀 지역 물류시스템의 선진화란 균형발전의 의미를 놓친 결과다. 이러한 갈등을 근원적으로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선 균형발전을 위한 국책사업을 예측 가능하게 관리할 수 있는 ‘국책사업관리법’이 제정돼야 한다. 균형발전을 담보할 국책사업으로서 요건을 제대로 갖추도록 하고, 또한 제대로 갖추었을 때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제도 틀을 마련하자는 게 국책사업관리법 제정의 취지다. 선거공약이든 정권의 정치적 목적이든 어떤 경우라도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여될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그에 준하는 요건을 국민적 논의와 검증 절차를 통해 갖추도록 해야 한다. 제안된 사업에 대해선 투명하고 엄격한 타당성(경제성 포함) 검토를 거치되, 그 과정과 결과는 개방해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하고 승인할 수 있어야 한다. 국책사업 선정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는 국회가 돼야 한다.국책사업의 예산, 추진 기간과 절차, 사업내용 변경 등을 모두 예측 가능하게 통제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법에 적시돼야 한다. 예산의 증감이 필요할 경우 국회에서 심의를 통해 조정하는 예산상한제 도입도 필요하다. 이해당사자 사이의 갈등은 합의회의나 배심원제와 같은 참여적 의사결정 구조를 제도화해 예방하고 조정하면 된다. 추진중인 사업이라도 일정 요건을 구비하면 공론화를 통해 수정하거나 퇴출할 수 있는 절차 규정도 마련돼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정치적 개입은 엄격히 통제돼야 한다. 국책사업의 추진 성과는 국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해 국민들이 소상히 알도록 해야 한다. 국책사업 전반을 이런 식으로 예측 가능하게 관리하려면 이를 전담할 ‘국책사업관리처’가 신설돼야 한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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