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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20 18:09 수정 : 2011.05.20 18:09

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학 명예교수·종교학

스티븐 호킹의 “천국은 없다” 발언에 대하여

영국의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최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천국과 내세에 대한 믿음은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해 지어낸 이야기”라며 또다시 사후세계를 부정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찬반 논리와 그 함의를 다양한 전문가에게 들어본다.

세계 제일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천국은 없다”고 한 발언을 두고 쇼킹하다고 생각하는 기독교인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던 기독교인들에게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하늘에 천국이 없다고 하는 것쯤은 스티븐 호킹 박사처럼 위대한 물리학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오늘날 기본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소리가 아니던가.

성경이 쓰일 당시 ‘하늘’이란 일차적으로 우리가 보는 파란 하늘 위에 놓여 있는 무슨 장소쯤으로 생각했다. 말하자면 파란 하늘이 지구의 뚜껑이며 동시에 하늘나라의 마룻바닥이었던 셈이다. 이제 천국이 문자 그대로 하늘 어디에 붕 떠 있는 땅덩어리쯤이라 생각할 수가 없게 되었다.

사실 지금뿐 아니라 옛날에도 종교의 심층에 접했던 사람들이라면 이런 물리적 천국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의 성경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4세기까지 유통되던 ‘도마복음’이라는 복음서 제3절을 보면, 예수가 친히 그 제자들을 향해 “너희를 가르치는 자들이 너희에게 ‘보라, 그 나라가 하늘에 있다’고 하나, 그렇다면 새들이 너희보다 먼저 거기에 가 있을 것이라”고 하며 파란 하늘 위에 있을 하늘나라를 부인하였다.

이런 천국이 없다면 인간은 죽어서 어디로 가는가? 그건 호킹 박사도 모르고 공자님도 몰랐다. 공자님은 지금의 삶도 다 알지 못하는데 죽은 뒤의 일까지 어떻게 걱정할 수 있겠는가 했다. 호킹 박사가 말한 것처럼 ‘지금 여기서’ 천국의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

기독교 또한 심층 차원의 기독교는 육체적으로 죽어서 어디에 간다는 것보다 지금 여기서의 삶을 더욱 강조한다. 예수도 그 나라에 ‘들어감’보다 ‘그 나라와 그 의를 구함’이 우리가 무엇보다 먼저 할 일이라 했다. 앞에서 말한 ‘도마복음’에서는 좀더 구체적으로 “그 나라는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밖에 있느니라”고 하였다. 내 속에, 그리고 내 이웃의 속에 있다는 뜻이다. 이 복음서는 계속해서 내 속에, 그리고 내 이웃 속에 있는 하느님의 나라, 곧 하느님의 임재를 ‘깨달으라’고 한다. 이렇게 될 때 하늘과 나와 내 이웃이 ‘하나’되는 경험을 할 수 있고, 이런 경험을 통해 이 지상에서 진정으로 하늘나라의 삶을 사는 것이라 가르친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천국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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