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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5.20 18:11 수정 : 2011.05.20 18:14

박영재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스티븐 호킹의 “천국은 없다” 발언에 대하여

영국의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최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천국과 내세에 대한 믿음은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해 지어낸 이야기”라며 또다시 사후세계를 부정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찬반 논리와 그 함의를 다양한 전문가에게 들어본다.

17세기 뉴턴에 의해 결정론적인 세계관이 확립되었다. 19세기엔 다윈의 진화론이,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양자물리학과 유전자 이론이 확립되면서 종교와 과학의 상호작용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어 왔다.

핵물리학을 전공한 이언 바버 교수는 그의 저서 <과학이 종교를 만날 때>에서 과학과 종교를 다루는 방법을 분류하는 네 가지 이론 유형(갈등이론, 독립이론, 대화이론, 통합이론)을 기술하였다. 성서를 문자 그대로 믿는 성서문자주의자는 진화론이 종교적 신념과 맞지 않는다고 믿는 반면, 무신론적인 과학자들은 진화의 과학적 증거는 유신론과 공존할 수 없다고 보아 갈등이 생긴다는 게 갈등이론이다. 독립이론은 종교와 과학은 인간의 삶에서 완전히 다른 기능을 수행하지만 상호보완적인 관점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대화이론은 과학 자체가 답할 수 없는 극한 질문들이 제기될 때 비로소 종교와의 대화가 가능해진다고 본다. 통합이론은 과학과 종교를 폭넓은 동반자관계로 보아 긴밀한 통합을 모색하는 이론이다.

스티븐 호킹의 저서 <위대한 설계>에 담겨 있는 내용이나 “천국이나 사후세계는 꾸며낸 동화에 불과하다”는 최근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최근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M 이론’에 대한 언급을 빼고는 갈등이론의 범주에 속하는 호킹 자신의 신념에 찬 주장일 뿐 별로 새로운 점을 찾을 수 없다. 중력과 양자이론을 아우르며 우주를 기술하는 궁극의 법칙이라는 ‘M 이론’은 60억 인류 가운데 극소수의 입자물리학자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이론이다. 이 이론을 언급한 호킹이 “신이 필요없기 때문에 사후세계는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한다고 해서 인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설사 우주의 법칙을 모두 파악했다 하더라도, 냉철히 살펴보면 과학은 자연현상을 탐구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안타까운 일이지만 유명 과학자들의 최근 자살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윤리적인 측면과 같은 과학적 연구 이외의 분야에서 과학자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현명하다고 볼 수는 없다. 사실 ‘사후세계의 존재 유무’는 체득의 문제이지 이분법적인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삶과 죽음에서 진정으로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각자 자기성찰 수행이 꼭 필요한 것이다.

바버는 네 가지 유형 가운데 대화이론 혹은 통합이론으로 화해가 가능하리라고 전망했는데, 이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는 종교와 종파를 초월해 각자의 종교(또는 신념)와 과학에 대한 깊은 통찰체험을 바탕으로 무엇을 믿든 서로 견해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비생산적인 갈등의 폭을 줄여가야 한다. 이렇게 해서 서로 도우며 어려움에 처한 이웃과 더불어 나눌 실천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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