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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피해자에 대한 일본의 폭력 |
히로시마 고등법원은 1월19일 일제 때 강제징용됐던 한국 원폭피해자들이 일본 정부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곧 상고했고, 이는 피해자들에게 또 다시 국가 권력의 만행과 폭력 앞에 짓밝히는 참담함으로 다가왔다.
지난 1월19일 일본 히로시마 고등법원에서 한국 원폭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판결이 내려졌다. 히로시마 고등법원은 일제 말기 강제징용이 됐다가 히로시마에서 원자폭탄에 당한 한국 원폭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및 미지급 임금 지불요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깨고 “일본 정부는 원고 1인당 120만엔씩 총 4800만엔을 위자료로 지급하라”는 배상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국 원폭 피해자들이 출국함으로써 일본의 ‘피폭자 원호법’에 규정된 수당 수급권이 소멸되었다고 하는 후생노동성 ‘통달(지침) 402호’는 위법이며, 60년 동안 한국 원폭 피해자들을 비롯한 재외 피폭자들을 피폭자 원호법에서 제외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일본 정부는 원고들의 정신적 피해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원폭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판결에 대해 한국과 일본 언론은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 사회도 이번 판결을 일본 정부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지난 1월27일 히로시마 고등법원의 배상판결이 난 8일 만에 서둘러 최고재판소에 상고하였다. 원고인 한국 원폭 피해자들은 오랫동안 앓은 원폭 후유증과 고령으로 최고재판소 판결 때까지 제대로 지켜볼 수가 없다.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 혹독한 15시간 이상의 강제 노예노동을 강요받으며 임금도 받지 못하고 원폭 후유증을 앓아왔지만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60년 세월 참혹한 삶을 강요받으며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국내에 원폭 후유증을 전문으로 치료할 의료기관도 없는 상황에서 사회적 소외감 속에서 고통의 삶을 견뎌오고 있다. 그리고 역사적·사회적 고통은 치유되지 못한 채 대물림되어, 원폭 2세 환우들과 가족들에게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남겨놓고 말았다.
고등법원 판결에서 한국 원폭 피해자들을 ‘피폭자 원호법’에서 제외시킨 것이 잘못된 정책임이 드러났음에도 일본 정부가 최고재판소에 서둘러 상고를 결정한 것은, 한국 원폭 피해자들에게는 또다시 정부 권력의 만행과 폭력 앞에 존엄성이 무참히 짓밟히는 참담함으로 다가왔다. 일본 정부는 ‘유일한 원폭피해국·원폭피해자 이데올로기’로 더는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말아야 한다. 한국 원폭 피해자들은 평균 80살을 넘겼으며, 그동안 10년 넘게 재판이 진행되면서 처음 40명이었던 분들 가운데 현재는 15명만 생존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전향적이고 책임있는 모습으로 최고재판소의 상고 취하와 함께 한국 원폭 피해자들에 대한 ‘피폭자 원호법’ 완전 적용과 미지급 임금 등을 지급해야 할 것이다. 최근 한-일 협정 문서 공개로 한국 원폭 피해자들을 비롯한 일제 피해자들에 대한 개인청구권 문제와 인권유린에 대한 손해배상 등의 권리가 그 협정으로 해결되지 않았으며, 여전히 일본 정부는 전후 배상과 같은 정치적·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형율/한국 원폭2세 환우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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