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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6 16:08 수정 : 2005.02.16 16:08

지난해 7월 주5일제가 도입되면서 격주로 재소자들의 토요일 운동이 실시되지 않고 있다. 오는 7월부터는 매주 운동을 못하게 된다. 금요일 운동 이후부터 월요일 운동 때까지 72시간을 햇볕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방에 있어야 한다. 온 몸으로 햇볕을 받을 기회를 뺏지 말라.

나는 2003년 12월1일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어 1년2개월 가까이 서울구치소에 갇혀 있다. 공무원 주5일제 시행에 따라 재소자들이 토요일에 하던 운동을 못하게 된 데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2004년 7월 주5일제가 도입되면서 격주로 토요일 운동을 못하고 있다. 나를 포함하여 여러 재소자들이 법무부 청원,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관련 공무원 면담 등 여러가지로 노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법무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방침은 운동이 없는 토요일에 텔레비전을 통해 요가 테이프를 틀어 주는 것이다. 내가 있는 1.07평 독방이나, 대부분의 혼거 수용자들이 2~3평에 6, 7명씩 수용된 상황에서 비디오에서 나오는 요가 장면은 따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2005년 7월이면 주5일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토요일 운동은 아예 하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소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서울구치소는 매일 독거 수용자는 하루 1시간, 혼거 수용자는 30분 운동을 하게 한다. 만약 토요일이 휴무라면 금요일 운동을 마치고 방에 들어간 뒤 월요일 운동 시간까지 72시간을 방에 있게 된다. 72시간을 햇볕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방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보면 운동시간은 방 밖으로 걸어나가 햇볕을 볼 수 있는 중요한(유일한) 시간이다. 창문을 통해 햇볕을 쬘 수 있지만 방 창문이 구조적으로 제약되어 있어 운동하는 과정에 햇볕을 쬐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독거 수용자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조건이 나은 편이지만, 혼거 수용자는 하루 30분이라고 하더라도 운동장까지 오고가는 시간을 빼면 20~25분에 지나지 않고, 주1회 목욕하는 날은 내부 규칙으로 운동을 하지 않으며, 접견 등의 개인 사유가 있으면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밖에서 접견을 오지 않는 사람의 경우는 운동 시간이 방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중요한(경우에 따라서는 유일한) 시간이다.

나는 1.07평 독방에서 살고 있다. 그 중 3분의 1 가량은 용변을 보는 장소이므로 실제 가용공간은 그 3분의 2 정도다. 직사각형 모양의 방에서 좁은 쪽으로는 누울 수 없다. 긴 쪽으로도 키가 큰 사람이라면 다소 불편한 수준이다. 방 한 쪽에는 창살이 쳐진 창문이 있다. 창문 앞에 서면 회색빛 사동이 육중하게 버티고 서 있고 그 위로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 창문을 열고 창살 쪽으로 머리를 내밀어야 비교적 여유있게 햇볕을 맛볼 수 있다. 파란 하늘, 따뜻한 햇볕이 얼마나 그리운가는 징역을 살아본 사람은 누구나 알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세 번 감옥을 살았다. 1980년대에는 교도소, 구치소나 경찰서, 군대 등에서 이루어지는 노골적인 폭력과 고문 따위가 문제였다. 내가 판단하건대, 위와 같은 문제들은 현 시점에서는 대체로 사라졌다. 그러나 정부의 고위 관료들, 판검사들이 갖고 있는 봉건적 특권의식과 여기에서 비롯되는 더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구치소에만 3천~4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굳이 감옥에 갇혀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갖고 있다. 정도는 덜하지만 여전히 유전무죄, 무전유죄인 것이 감옥의 현실이고 수많은 재소자들의 존재가 범죄의 유무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 곧 법조계의 집단적 이해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리라 짐작된다. 72시간을 갇혀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 힘없는 재소자가 아니었다면 정부의 태도는 지금과 달랐으리라 생각한다.

주5일제 근무를 한다고 해서 지하철이 다니지 않거나 버스가 쉬는 일은 없다. 지난해 7월 주5일제가 시행되면서 이로 인해 피해를 볼 재소자들의 처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은 그렇다고 치자. 그러나 올 7월 주5일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될 때까지는 아직 몇 달이 남았다. 양껏 두 팔을 벌리고 온몸으로 햇볕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뺏지 말아달라.

민경우/통일연대 전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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