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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고향인지 몰라 |
동구 밖 소나무는 푸르디푸른 솔잎을 간직하고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또 할아버지의 칼바람 세월을 견디고 견뎌내며 어머니의 품처럼 마을을 지키는 파수꾼이 있는 그곳이 고향인지 몰라. 늘 찾는 고향이지만 창희네 빈집 창가에 차디찬 새벽별이 걸려 있고 어린 추억은 흑백사진처럼 살아나고 춥고 배고픈 그 시절, 겨울에 들판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여귀산을 오르며 야생으로 자란 풍란처럼 살았던 그곳이 고향인지 몰라. 지푸라기로 만든 공을 검정고무신 신고 해넘이까지 따라가며 붉은 노을과 놀던 그곳이. 술래잡기, 깡통 차기 하며 헐벗고 메마른 겨울 들판을 얼어붙은 보리 파릇한 시간으로 매화꽃을 기다리는 그곳이 고향인지 몰라. 토담 밑에 서 있는 잎이 청청한 푸른 나무처럼 아프고 아린 추억으로 따스한 별빛으로 어머니는 그곳 고향에 영원히 살아 있을지 몰라. 또 다른 세상에 둥지를 틀러 떠나는 친구들을 보내며 가난은 가슴을 저미게 하고 동구 밖 늘 푸른 소나무는 흔들리면서도 꺾이지 않고 고향의 혼들을 지키며 가난의 얼굴을 기억하고 떠나버린 고향사람들의 일그러진 삶들을 알고 있을 그곳이 고향인지 몰라. 길수네 빈집 마당가에 목련이 꽃망울지면 고향 떠난 그리운 얼굴들이 되돌아올까 몰라. 어머니의 신음소리가 겨울 달빛을 더욱 차갑게 하는 칼바람으로 추억의 문고리를 흔드는 그곳이 고향인지 몰라.
김정관/전남 목포시 연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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