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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7 19:57 수정 : 2005.02.17 19:57

입대한 지 10개월 된 2사단 소속 사병의 아버지다. 처음에 아이가 100일 휴가를 왔을 때 변해버린 모습을 보고 너무나 놀랐다. 전혀 말이 없고, 눈동자도 흐리고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부대 내의 육체적·정신적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할 것 같아 자살을 하기 위해 아파트 옥상, 산, 계곡을 헤맸다고 한다.

한달 후 면회했을 때에도 전혀 호전되지가 않아 이때부터 중대장께 정신과 치료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부대에서는 정신적·육체적 압박만 계속하였고 급기야 입창 15일 명령을 내렸는데 아이는 이에 불안감을 못이겨 탈영을 하기도 했다.

지난 설 명절 직전에 겨우 첫 휴가를 나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이가 너무 말이 많고 횡설수설하고 온종일 전화를 하는가 하면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을 짜증나게 했다. 이전에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인기 만점이던 아이였는데 휴가 내내 괴상한 행동만 하였다. 심지어 밤마다 명절에 모인 가족들의 지갑을 차례로 털어 새벽에 도주하고, 편의점 물건을 훔쳐 헌병대에 끌려가고, 120만원짜리 휴대폰 할부구입, 계속적인 의류쇼핑, 술타령 등등. 친구들도 가족들도 모두 외면했다. 나도 화가 났지만 아이를 이해하고 보니 너무나 가슴 아프고 억울했다.

10번 가까이 요구하고서야 겨우 지난 2월11일 귀대하여 홍천 철정병원(군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게 해 주었는데 조울증 진단을 받고 정신질환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음날 다시 탈영하여 부대 주변 식당에서 소주를 마시다가 2시간 만에 헌병대에 구속되었다.

이제 가중처벌을 받을 거라고 한다. 그런데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다가도 체포되는 과정에 다쳤다면 치료가 우선 아닌가? 정신질환으로 인한 행동을 군의관 소견서도 없이 왜 범죄처벌 차원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입대하면서 잘 갔다오겠다고 걱정말라고 손 흔들며 갔던 멀쩡한 내 아이가 정신병자가 되었는데 이제 아예 폐인으로 만들려고 작정했는가. 내 아들 정신병 먼저 치료해 달라. 더 늦기 전에.

김정석/경남 김해시 삼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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